엄마의 무게
우리는 좀 더 강한 어른이 될 거야 그렇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나와 동갑이고 같은 아파트 위아래층에 살았던 인연이 있지만 우리가 좀 더 마음으로 가까워진 것은 서로 아픈 아이를 키우면서부터였다.
아픈 아이를 키우다 보면 여러 가지 고충들이 있다.
주변사람들과 서서히 거리가 멀어지는 것도 그중 하나.
아이가 갑자기 입원을 하든, 매일같이 병원에 가야 하든, 면역력이 약해 누구를 만날 수 없든, 정신이 혼미해지는 일들로 연락을 회피하게 되든... 여하튼 그런 상황들이 반복되다 보면 가까웠던 사람들도 대부분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그럼에도 오롯이 아이를 돌보는 게 엄마의 몫이지만 때때로 외롭기도 한 그 맘을 서로 이해하다 보니 몇 달에 한번 연락할까 말까 한 우리지만 마음 끝이 서로 닿아있었다.
친구는 셋째 아이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병원 이곳저곳 다니기 시작했고 결국 발달장애 판정을 받았다.
좋아질 수 있으거라는 희망으로 여러 병원을 돌며 수많은 검사를 하고 끊임없는 치료도 해보았지만 아이는 평범해지지 않았다.
결국 병명은 받아들이면서도 매일같이 재활치료를 받으며 보낸 시간들이 쌓여 그 아이가 벌써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아이가 전보다 많이 좋아져 다행이지만 좋아지면서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는데 어떻게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털어놓는다.
발달장애아들 중에서는 경증에 해당하여 다른 도움반 부모들과도 친해지기 어렵고, 일반 아이의 부모들과도 가깝기 어려운 이 친구가 막내이야기를 털어놓는 친구는 내가 유일할 것이다.
나라고 뾰족한 답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이해할 거라는 생각에 털어놓는 말들에 왜인지 먹먹해졌다.
그래도 좋아져서 학교 행사 때 단체무용에 함께 했다며 동영상을 보여준다.
자기는 이거 보며 몇 날며칠을 울었다고 너스레를 떨며...
눈에 띄게 작고 걸음도 불편해 보이는 친구의 아이는 건강한 친구들 사이에서 씩씩하게 부채춤을 추고 있었다.
동작을 최소한으로 줄여주어 다른 아이들과는 조금 다른 율동이었지만 그 작은 아이의 얼굴에는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 모습이 너무 기특해서 눈물이 쏟아졌다.
누군가는 "그래~ 애들 건강하기만 해도 효도하는거야~"
라고 말한다.
하지만 건강하지 않은 아이들도 분명 부모를 기쁘게 하고 깨닫게 하며 때로는 감동시키기도 한다.
어쩌면 건강한 아이들은 평생 주지 못할 것들은 아픈 아이들이 주는지도 모른다.
나에 대한 은찬이의 무한사랑이 그랬고 아픈 아이의 작은 움직임이 그렇다.
그 기쁨으로 엄마의 무게를 견디고 있는 친구를 응원한다.
우리는 좀 더 강한 어른이 될 거야 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