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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보연 Apr 07. 2023

그럼에도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

애착장애의 대물림?

큰 아이가 7년의 투병 끝에 하늘나라로 떠났다.

아이가 떠나고 몇 주만에 죽을 것만 같은 깊은 슬픔에 잠겨버렸다.

이 생에 미련은 없지만 남겨진 둘째 아이는 잘 키워야겠는데 그전에 슬픔에 잠식되 버릴 수는 없었다.

제 발로 상담센터를 찾았다.

둘째 아이와 함께 이런저런 검사들을 받았다.

검사 후 상담사는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내가 상담을 받을 것을 권했다.

그렇게 해서 다섯 번 정도 상담을 받는 동안 상담을 통한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나는 아이를 잃은 슬픔으로 힘들어하고 있는데 자꾸 어린 시절 얘기만 도돌이표처럼 되물었다.

슬슬 상담비마저 아까워지기 시작해서 상담을 그만두겠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 상담시간.

상담사는 첫 시간에 받았던 검사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며 애착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어머님 검사결과 '회피형 애착'이십니다."

어릴 적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고 그 후로도 우리 엄마는 따뜻한 사람이 못되어 사랑을 받은 적이 없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알고 있습니다."

덤덤하게 대답하자

"그리고 따님도 똑같이 '회피형 애착'입니다."

...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아이들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육아서를 읽어댔고 밤마다 전문가의 강의를 찾아들었다. 

그걸로도 모자라 유아교육과에 진학해 밤낮없이 공부를 했단말이다.

우리 엄마는 나를 한 번도 미소 짓는 얼굴로 바라봐주지 않았지만 나는 우리 아이들을 항상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바라봤단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키운 내 아이도 나와 똑같은 애착유형일 수 있지??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참을 수 없었다.

그와 동시에 오기가 생겼다.

만약 그렇다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되돌릴 거라고... 

내 아이만큼은 사랑받고 자란 평범한 아이로 만들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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