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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보연 Nov 22. 2022

원래는 육아서를 쓰려고 했다.

망했다 망하지 않았다

아이들을 키우며 밤마다 수백 권의 육아서를 읽었고 그걸로도 모자라 유아교육을 공부했다.

그렇게 책에 나오는 대로 정석대로 연년생 두 아이를 키웠다.

엄마의 정성으로 두 아이는 잘 자랐다.

누구보다도 바르고 누구보다도 똘똘하게 자랐다.

엄마들이 바라는 그 모습 그대로 두 녀석은 모든 면에서 잘 자랐다.


그저 평범한 엄마였지만 정성을 다해 키우니 아이들이 잘 자라는구나 자신감이 붙었다.

욕심이 생겼다.

내 이름이 새겨진 육아서를 한 권 내야지.

아이들이 이대로 바르고 똘똘하게 자라주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내 의지와는 다르게 흘러갔다.

온 마음과 힘을 다해 키운 내 아이가 하늘나라로 떠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식 때문에 속 썩고, 자녀와 서로 잡아먹을 듯 미워하다가도 결국은 '그래도 건강해줘서 고맙다.' 고 하곤 한다.

모든 것이 부족해도 '건강'만 하다면 이해되는 게 부모 자식 관계 이건만... 

나의 아이는 딱 그것 하나 '건강'을 갖지 못했다.

그렇게 아이는 떠나갔고 돌아온 자리에는 비뚤어진 둘째가 있었다.

잘 자라고 있다고만 생각했던 둘째 역시 오빠의 긴 투병생활로 지쳐있었다.

졸지에 나는 육아서를 내기는커녕, 자식농사를 망친 부족한 엄마가 되어버린 것이다.


잘하는 건 애 키우는 것 밖에 없는데...

이번 생은 망한 건가 수없이 생각했다.

하지만 인생... 끝까지 가봐야 하는 것 아닌가?

은찬이를 통해 배운 것들로 둘째를 잘 키워보리라 결심했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아직 망하지 않은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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