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묶이다
싫어하는 일들도 보통은 잘 참고 하는 편이다.
이를테면 강아지 산책이나 다림질 같은 것 말이다.
그런데 정말 정말 끝까지 피하다가 마지못해 하는 일들이 있다.
운전과 전화통화가 그것이다.
내차를 갖은 지 3년 차이지만 아직도 새로운 곳을 가게 될 때는 버스노선부터 찾아보고, 전화통화 대신 온라인 상담이나 문자메시지를 선호한다.
이사를 앞두고 인테리어를 하려고 보니 문제가 생겼다.
이사 갈 지역 인테리어 업체와 상담을 받으려니 이 사람들은 자꾸 전화를 한다는 것이다.
특히나 업무적인 일을 통화로 하는 것은 나에게 매우 힘든 일이어서 대신 방문상담을 받기로 했다.
30분 넘는 초행길 운전을 해야 하지만 그게 괜찮다고 느껴질 만큼 내가 전화통화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그런데...
눈이 왔다.
눈길 운전은 해본 적이 없으니 그대로 발이 묶여버렸다.
그만큼 운전이 편해진 건지 그만큼 전화가 불편한 건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운전을 못한다고 발이 묶이는 느낌은 처음이라 당황스럽다.
그럼에도 통화를 하고 싶지는 않아 더 당황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