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엔가... 서울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퇴근길이라 몇 자리 남지 않은 버스에 한 남자가 올라 뒤에 남은 자리로 이동하고 있었다.
남자가 지나가는 중.. 부룩.. 꽤 큰 방귀소리가 들렸다. 냄새와 함께...
차에 타고 있던 꽤 많은 사람들은 일제히 인상을 쓰거나 코를 막고는 그 남자를 따라 고개를 움직였다.
남자가 자리를 잡고 앉은 후에도 사람들은 인상을 풀지 않은 채 힐긋힐긋 돌아보거나 짜증 섞인 말투로 궁시렁댔다.
마스크 위를 손으로 가리고도 불쾌한지 집요하게 계속 째려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냄새는 좀처럼 빠지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선명해진다고 해야 할까..
순간 무언가가 떠오르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장루..
대장암 환자들이나 다른 이유로 장에 문제가 있어 몸 밖으로 연결해 놓는 장루주머니에서 나는 냄 새였을 것이다.
병동에서 장숙주 때문에 장루 주머니를 달고 있는 아이를 본 적이 있었다.
기저귀였을 수도 있다.
암카페에서 대장암 환자들의 고통에 대해 읽은 적도 있었다.
그 생각이 스치는 순간.. 방귀소리에 잠시나마 놀라는 기색을 내비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몰라서겠지만, 여전히 몸을 돌린 채 인상을 쓰고 마스크를 손으로 가리고 있는 옆옆자리 아가씨가 야속했다.
우리는..
우리가 항상 행복할 거라고 믿지는 않으면서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영원히 아프지 않을 것처럼 믿고 행동한다.
누군가 병에 걸렸다고 했을 때 "그렇게 스트레스받더니 그럴 줄 알았어~" 하는 것들도 그 일환이다.
많은 종류의 병은 랜덤이고, 사고 역시 마찬가지다.
조심한다고 막을 수 있는 것은 어쩌면 극히 일부일지 모른다.
병이나 사고뿐이던가. 삶 자체가 내 마음대로 컨트롤될 거라는 생각자체가 크나큰 오만일지 모른다.
냄새나는 사람에게 인상 쓰지 않는 것, 머리카락이 없는 사람을 힐끗힐끗 쳐다보지 않는 작은 일이 누군가에게는 굉장한 배려일 수 있고, 그런 것들이 미래의 나를 위한 배려일 수 있음을 많은 사람들이 알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