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마나 오래 살까?
서너 달 전, 점집을 찾은 적이 있었다.
당시 유튜브나 넷플릭스로 서양의 영매들을 찾아보며 위안을 받을 때였고, 우리나라에는 그런 영매가 없을지 궁금했다.
우리나라의 무당과는 사뭇 다른 서양의 영매들은 온화한 목소리로 고인들은 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주었다.
나도 그런 메시지를 받고 싶었다.
아이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 메시지...
막연하게 아는 것과 직접 듣는 것은 다른 거니까...
서양 영매 타일러 헨리를 떠올리며 젊은 남자 무당을 찾았다.
하지만 무당은 영매와 달랐다.
심지어 내가 만난 무당은 '가짜'임이 분명했다.
무서운 얼굴의 그림들이 잔뜩 붙은 방에서 귀가 찢어지게 방울을 흔들어대던 젊은 무당은 내 카카오톡에 올라와있는 사진들을 짜깁기해 소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우리의 일이 상상력으로 맞출만한 일이 아니어서 그랬겠지만 소설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점점 굳어져가는 내 표정에도 아랑곳 않고 소설 쓰기를 이어가더니 결국 '천도재'를 지내 아이를 하늘로 올려 보내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천도재를 지내면 아이의 목소리도 들려줄 수 있다고 했다.
내가 기대했던 온화한 상담이 아니었다.
자식을 잃은 우리는 돈 뽑아 먹기 딱 좋은 목표물이었겠지.
그렇게 10만 원을 주고 또 인생을 배웠다. 10만 원인걸 다행으로 생각해야겠지...
무당은 궁금한 게 있냐고 여러 번 물었다.
내가 궁금한 것은 딱 하나였다.
"저는 몇 살까지 살까요?"
얼마나 더 살아야 아이가 있는 그곳으로 갈지... 나에게는 삶의 유일한 궁금증이었다.
그런 나의 질문에 무당은 신랑이랑 다른 자식 생각도 해야지 어떻게 그런 걸 묻냐며 버럭 화를 냈다.
무당이면 수명 정도는 대충 말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치사하게.
한참 후, 내 질문의 답은 뜻밖의 곳에서 얻었다.
건강검진 결과표였다.
예상수명. 88세.
현재 나이만 40세이니 아직 반도 안 산 거네...
생각할수록 슬펐다. 88세라니 88세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