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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보연 Dec 08. 2022

죽음에 대해 말하면 왜 안돼?

누구나 죽는다. 그렇다면...

내가 스물서너 살 일 적, 우리 엄마는 암 진단을 받았다.
45 킬로그램을 넘은 적이 없을 만큼 바람 불면 날아갈듯했던, 멘탈은 더더욱 종잇장 같던 엄마였다.
항상 사는 게 힘들어 빨리 죽고 싶다고 했던 엄마의 삶에 대한 의지가 그리 강할 줄은 정말 몰랐다.
그 가냘픈 몸으로 큰 수술과 긴 항암치료를 꾸역꾸역 이겨내더니 50 평생 처음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그런 일을 겪었다고 사람이 180도 바뀌는 것은 아니었지만, 죽음에 가까이 다녀와서인지 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하셨다.
한날은 상조에 가입해두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고, 한날은 연명치료 거부 신청을 하고 왔다고 했다.
나를 볼 때마다 보험이며 은행에 관한 이야기를 자꾸만 하려 했다.

자녀로서..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게 유쾌하지 않았다.
"아니 엄마, 지금 멀쩡한데 왜 자꾸 그런 생각을 해. 아직 멀었는데... 나중에 내가 알아서 하겠지 상조는 뭐하러들고!"
하며 핀잔을 주며 말도 꺼내지 못하게 했다.
몇 번을 더 시도하던 엄마는 그 후 그런 이야기를 꺼내기를 포기하셨다.

그러다가 은찬이를 먼저 보내고... 불현듯 그때의 일들이 떠오르며 엄마에게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엄마는 당장 죽겠다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마지막을 깔끔하게 해놓고 싶으셨던 거였다.
평소 성격대로 남 걱정시키지 않고 본인 갈 길을 정리해두려는 것뿐이었는데 나는 왜 화를 냈을까.

누구나 죽는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결국엔 너도, 나도 모두 죽는다.

내가 죽을 거라는 걸 알고 살아가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은찬이를 보내고 알았다.
어차피 죽을 인생, 힘과 욕심을 빼게 되고,
어차피 죽을 것을, 용기를 내게 된다.


누구나 죽는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이야기하고 준비하는 태도.

그것이 더 잘 살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이 이해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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