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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보연 Jan 25. 2023

널 위해, 날 위해

키 크면 하늘나라 가요?

몇 년 전 오늘 블로그에 쓴 글을 넘겨보다가...
2014년 1월에 아들과 주고받던 메모를 발견했다.

"엄마, 키 크면 하늘나라로 가요?"
->아니. 키 커도 하늘나라 안가.
"왜 하늘나라 안 가요?"
->하늘나라는 아프거나 나이가 많아지면 가는 거야.
"저는 하늘나라 안 갈 거예요."
->그래. 엄마보다 더 오래오래 살아야지^^
"알았어요. 엄마도 하늘나라 가지 마세요"

여섯 살 1월에 이런 궁금증을 갖던 아이라니...
그때는 아프기 전이어서 아무 생각 없이 저런 답변을 해주었던 게 맘 아프고 미안해진다.
아프면 죽을 수도 있다고 저 어린아이에게 내가 이미 말해주었었구나...

그 해 아이는 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그 2년 후 8살에 나에게 비슷한 질문을 또 했었다.
"엄마, 만약에 내가 너무 많이 아프면 병원에서 힘든 치료를 계속 받아야 할까요? 아니면 하늘나라로 가야 할까요?"라고...
한참 고민하던 아이는
"만약에 그때 엄마가 이 세상에 있으면 끝까지 치료를 받고 없으면 엄마따라 가야겠다."
고 혼자 결론지었다.

그렇게 다짐한 은찬이는 그 후로 다시는 죽음에 대해 묻지 않았고, 죽는 날까지 불만 한 번 내뱉지 않고 그 힘든 치료를 견뎠다.
엄마와 하루라도 더 있기 위해, 엄마에게 모든 걸 맡기고 마지막날까지 견딘 은찬이를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네가 날 위해 살았듯, 나도 널 위해 산다.
너 대신, 너처럼, 너를 만나기 위해...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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