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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보연 Jan 17. 2023

너와 나

마음은 내가 아플게

지난 주말 서울 가는 길..
쏟아지는 눈이 겨울나무의 가지에 걸려 그림처럼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고 있었다.
"너무 예쁘다!"를 연발하며 뒷자리의 딸에게
"저거봐 눈 너무 예쁘게 쌓였다. 그치?" 외쳤는데 대답이 없다.
돌아보니 딸은 무심하게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있네...
이럴 때면 자연스레 은찬이 생각이 난다.
"은찬아, 저 산봐. 너무 예쁘다~"하면
"우와. 진짜 예뻐요~!"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아들을 보는 것이 행복이었다.
'이제 이 세상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다.'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

지난주엔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고 거의 오열을 했다.
웬만한 슬픔엔 눈물도 안나는 요즘인데... 그 아이를 보며 울지 않을 수 없었다.
갑작스런 엄마의 죽음으로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살아가는 중2 아들. 영재고 준비를 할 정도로 똘똘했던 아들은 방송 말미에 정확하게 본인의 생각을 표현한다.
삶의 버팀목이자 의미였던 엄마가 떠나자 삶의 의미를 잃었다고...
아이의 말을 듣고 있자니 은찬이가 떠올랐다.
엄마가 감기에 걸려 옆방에서 격리만 해도 서럽게 울던 은찬이였다.
만약에... 은찬이 세상의 전부였던 내가 먼저 떠났다면 은찬이도 저랬으리라...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겠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은찬이가 먼저 떠난 게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프고 힘든 건 내가 하는 게 낫지.. 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
몸은 네가 아프고 마음은 내가 아픈 이번 삶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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