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돌연한 출발>, 루쉰의 <행인>
나는 말을 마구간에서 끌어내 오도록 명했다. 하인은 나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몸소 마구간으로 들어가 안장을 얹고 올라탔다. 멀리서 트럼펫 소리가 들려 나는 하인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는 아무것도 몰랐고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대문에서 그가 나를 멈추어 세우고는 물었다.
"주인 나리, 말을 타고 어디로 가시나요?"
"모른다" 하고 나는 말했다.
"다만 여기를 떠나는 거야. 다만 여기를 떠나는 거야. 끊임없이 여기에서 떠나는 거야. 그래야 나의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네."
"그러시다면 나리께서는 목적지를 아신단 말씀인가요?" 그가 물었다.
"그렇다네." 내가 대답했다.
"내가 이미 말했잖는가. '여기에서 떠나는 것, ' 그것이 나의 목적지일세."
"나리께서는 어떤 예비 양식도 갖고 있지 않으신데요." 그가 말했다.
"나는 그 따위 것은 필요 없다네." 내가 말했다. "여행이 워낙 긴 터라 도중에 무얼 얻지 못한다면, 나는 필경 굶어 죽고 말 것이네. 예비 양식도 날 구할 수는 없을 걸세. 실로 다행스러운 것은 이 여행이야말로 정말 엄청난 여행이라는 걸세."
- 카프카, <돌연한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