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돌연한 출발」
"주인 나리, 말을 타고 어디로 가시나요?"
"모른다" 하고 나는 말했다.
"다만 여기를 떠나는 거야. 다만 여기를 떠나는 거야. 끊임없이 여기에서 떠나는 거야. 그래야 나의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네."
"그러시다면 나리께서는 목적지를 아신단 말씀인가요?" 그가 물었다.
"그렇다네." 내가 대답했다.
"내가 이미 말했잖는가. '여기에서 떠나는 것', 그것이 나의 목적지일세."
"나리께서는 어떤 예비 양식도 갖고 있지 않으신데요." 그가 말했다.
"나는 그 따위 것은 필요 없다네." 내가 말했다.
"여행이 워낙 긴 터라 도중에 무얼 얻지 못한다면, 나는 필경 굶어 죽고 말 것이네. 예비 양식도 날 구할 수는 없을 걸세. 실로 다행스러운 것은 이 여행이야말로 정말 엄청난 여행이라는 걸세."
- 프란츠 카프카, 「돌연한 출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