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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번째 삶 Dec 25. 2020

넷플릭스 시리즈 <어둠 속으로>

함께 보고 이야기하기 좋은 드라마


코로나 때문에 새롭게 빠져든 재미가 있다. 학교에 가지 않게 된 아이와 종일 보던 넷플릭스 시리즈다. 코로나 때문에 2월까지였던 겨울방학이 여름까지 이어지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학교를 포함한 어떤 외출도 자제하며 컴퓨터와 모바일의 온갖 게임에도 지쳐가던 중에 우리는 넷플릭스라는 신세계를 접했다. 가끔 집에서 보는 케이블 TV에 연동된 다시 보기를 이용했던 적은 있지만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시리즈나 영화는 분명 우리에게 신세계였다.


나는 주로 주말의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소개되었던 영화를 보았고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던 방송 프로그램 '대탈출'과 비슷한 시리즈인 '범인은 바로 너'를 보고 또 봤다. 내가 쏟아지는 알고리즘의 추천을 보고 고른 것 중에서는 '툴리'가 가장 좋았다. 꽤 기대하고 봤던 산드라 블록의 '버드 박스'는 예상외로 별로였다. 다소 황당한 결말이랄까.


또 하나 인상 깊게 남은 시리즈는 '어둠 속으로'였다. 처음엔 아이가 켜놓은 것을 집안일을 하며 왔다 갔다 보았는데 점점 몰입하여 끝까지 정주행 했다.


어둠 속으로 출처 넷플릭스


드라마는 태양을 피해 비행기를 타고 끊임없이 하늘을 날며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앞부분을 제대로 보지 않아서 아이에게 간단한 설명을 들으며 보았는데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태양을 피해? 비행기를 타고? 어디로, 어떻게? 태양이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인가? 가수 비도 아니고, 태양을 피하는 방법이라니. 제대로 자리 잡고 앉아 보기 시작하자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됐다. 정확한 용어는 모르겠지만 태양광선을 받으면 마치 전자레인지를 돌린 것처럼 작용하여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그 자리에서 죽게 된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눈치챈 장교 테렌시오는 비행기 납치를 감행하고 총으로 기장을 위협하여 비행기를 띄운다. 그의 말을 믿지 못하는 기장과 승객 간에 다툼이 일고, 작은 세계 안에서의 권력싸움이 시작된다. 어쩔 수 없이 함께 계속해서 태양광을 피해 어둠 속으로 날아가야만 하는 사람들이 그 안에서 살아남는 방식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드라마는 총 6편으로 편당 한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며 각 인물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준다. 현재의 행동을 보고 착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살인자였던 사람과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마약 밀매업자였던 사람. 나쁜 테러범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저 살려고 했던 행동일 뿐이었던 사람과 우리를 도와줄 거라 생각했는데 사실은 모든 것을 빼앗으려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을 교차해 보여주면서 사람을 판단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또 과거와 현재 중 무엇으로 판단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겉으로 보이는 것으로 사람을 얼마나 알 수 있을까. 세상에는 선하기만 하거나 악하기만 한 사람은 없다. 그리고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렇다면 그 실수에 대해서는 누가 심판할 수 있을까? 잘못한 사람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죄인에게 죄 없는 자만 돌을 던지라고 했던 성경구절이 생각난다.


재난 영화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인간관계에 대해, 사람들이 많던 적던 그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권력 싸움과 정치, 혐오와 차별 등을 보여준다. 각 나라에서 온 남자들은 서로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손을 잡아가며 리더가 되고자 하지만 거기에 처음부터 여성은 배제되어 있다. 서로의 출신을 비하하고 무시하며 틈만 나면 상대를 없애버리려고 노린다. 서로 도와 함께 살아나갈 방법은 없는 걸까? 과거의 잘못을 알았으니 미련 없이 내쳐버려도 좋은 걸까?

마지막 부분은 영화 '부산행'의 결말을 연상케 했다. 각종 답답증을 일게 하는 행동을 하던 승객들은 함께 살기 위해 적당히 타협하며 도움을 구할 수 있는 곳으로 찾아간다. 그곳에는 희망이 있을까? 그저 더 많은 사람이 있기에 희망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거기다 사람들이 거기에 다다른 장면보다 강렬했던 것은 마지막에 리더 역할을 맡았던 실비의 행동이었다. 

남자 친구의 죽음으로 살 이유를 느끼지 못하던 실비는 자신의 힘으로 사람들을 구해야겠다는 사명을 가진 리더로 변화한다. 테렌치오가 스스로 희생하여 다른 사람들을 돕겠다고 했지만 리더가 된 실비는 믿지 않았다.


테렌치오가 또다시 배신할 만약을 염려했을까? 하지만 테렌치오가 배신하지 않아도 죽게 되는 만약의 경우는 고려하지 않았다. 리더가 되기 전의 실비라면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리더의 자리이므로 혹시라도 위협이 될지 모를 싹을 잘라버리려고 했던 걸까. 과연 실비의 행동은 계산된 것이었을까? 실비의 결정에 대한 어떤 정보도 주지 않은 채 질문을 던지고 드라마는 끝이 난다.



아이와 함께 보기 민망한 장면이 가끔 한두 개 나오긴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눌 것이 많다. 엄마의 욕심으로 같이 보면서 영화 '투모로우'같은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예상했지만 다양한 군상들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영화였다. 등장인물들의 행동에 대해, 왜 그렇게 했으며 어떻게 생각하는지,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얘기를 나눌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아무튼 다음 시즌이 나온다니 챙겨서 봐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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