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번째 삶 Jul 24. 2021

아는 것들의 낯섦

고개를 숙이고 스크린 도어 앞에 서 있었다. 열차가 들어왔다. 이 정도면 멈출 때가 되었는데 아직도 열차는 계속 전진하고 있다. 고개를 들어 이번 열차가 오는 건지 전광안내판을 보았다. 내가 탈 차는 아직 전역에 머물러 있었다.

이 차는 뭐지? 어리둥절한 나를 내버려둔 채 열차는 계속 달리고 있다. 멈춰서서 사람들을 태우고 갈 열차는 속도를 줄이고 어느 정도 가다가 멈추는데. 아주 빠르지 않은 속도로 계속 달렸다. 10량짜리 열차가 이렇게 길었던가. 더 많이 달고 가는 열차도 있는 걸까. 내가 평소에 알던 열차의 물리적 길이는 정확한 어떤 시간이나 길이가  아니라 감으로, 어쩌면 줄어드는 속도로 이쯤 멈추겠구나 예상했을 것이다. 저절로 알아진다고 생각했던 것들, 그동안 안다고 철썩같이 믿었던 어떤 것들이 낯설게 다가오는 날들이다. 상념에 빠져있는 동안 계속해서 내 눈 앞을 달리던 열차는 꽁무니를 보이며 역을 그냥 통과해 버렸다. 아니 열차의 꽁무니가 아니라 시작이었던가.

매거진의 이전글 노란 얼굴의 작은 미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