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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번째 삶 Aug 16. 2021

입추에 다가온 꾸준함이라는 재능

포털의 첫 화면에 입추라는 작은 글자가 보인다. 오늘이 벌써 입추구나. 8월초. 아직 폭염을 예고하고 열대야가 계속되지만 벌써 가을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라니. 입추라는 절기를 들어서 알고 있지만 8월 초인 것이 생경스럽고 신기하다. 농사와 긴밀한 절기에 둔감할 수 밖에 없는 건조한 삶이라 관심이 없었다고 하는 편에 가깝다. 하긴 여름 휴가의 절정이라는 7말8초를 지나 광복절인 8월 15일만 되어도 바닷물이 차가워서 들어가기 꺼려졌던 기억이 난다.

불과 얼마전까지도 생각지않던 잡다한 상념 속에 전철역 밖으로 나오자 이마에 닿는 바람이 시원하다. 엉? 좀전까지 차가운 에어컨 바람 밑에서 춥기까지 했는데. 응당 더운 바람이 불어와야 할 것인데. 입추라는 걸 알고 느낀 기분일까. 아니면 정말 입추라서 더운 바람이 아니라 서늘한 바람이 분 것일까. 인식은 감각에도 영향을 주는 걸까? 아직 멀었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가을이 오면 시원할 것이라는 감각적 경험이 나도 모르게 작동한 것일까. 뭐가 어찌됐든 가을이 오고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언제나처럼 여름 지나면 가을 오는 것이 당연한데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뜨거운 여름에게 물러날 채비를 하라고, 잊지 말라고 가을이 어느새 문을 열고 들어와 어깨를 두드리는 것 같아 새삼 반갑다.


브런치팀에서 보낸 '꾸준함'이라는 독려가 나를 건드렸다. 꾸준함이 재능이 될 수 있다면. 내게 가장 부족한 것, 재능이 될 수도 있는 무엇이 노력으로 얻어질 수 있다면. 내게 때가 되면 어깨를 두드려 알려주는 누가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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