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이 매달려 있기 힘들답니다

내 몸 관찰하기

by 세번째 삶

매일 침을 맞으러 다닌다. 한 이십 일 되었나. 말이 매일이고 매일 가야 한다는 바람이지 실제로 매일 가지는 못했다. 처음 며칠은 열심히 다녔다. 그다음 며칠은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쉬었고, 다시 이삼 일씩 갔다 말았다 반복. 어제는 아침엔 가야지 마음먹었다가 오후가 되면서 귀찮은 맘에 가지 않았다. 저녁이 되자 어깨가 더욱 아팠다. 팔을 들어 올려 뭔가를 하기 힘들었다. 파스를 붙이고 뜨거운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아 핫팩까지 꺼내어 어깨에 올려놓고 누웠다. 팔을 들어 스마트폰으로 글을 쓸 수 도 없고, 책을 들어 읽을 수도 없었다. 갑자기 꼼짝없이 누워 아무것도 못하는 내 모습에 우울했다. 누워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안경이 있다던데, 그거 하나 장만해야겠다 싶었다. 그거 쓰고 누워서 책 읽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우울 모드를 코믹 모드로 변경.




한의원 선생님은 말씀이 거의 없다. 한의원에 들어가면 바로 침방으로 들어가서 온열치료를 받은 후 침 치료를 받는다. 침을 놓으러 들어온 선생님은 별말씀도 없이 (어떤 때는 인사도 없이) 조용히 침만 놓고 나가신다. 하긴 매일 오는 환자에게 무슨 말을 매번 할 것도 없을 것 같지만. 이십 일이 넘도록 별 말을 듣지 못하고 침을 맞는데 계속 아픈 것 같은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침 맞을 준비를 하고 엎드려서 침놓으러 들어오신 선생님에게 물었다.


- 선생님, 어제는 어깨가 너무 아프더라고요.

- 날이 추워지면 좀 더 아플 수 있어요. 밤에는 더 아파질 거고요.

- 언제쯤 나아질까요?

- 낮에 팔에 좋게 하면 더 빨라지겠지요.

- (잠시 침묵)……. 팔에 좋게 한다는 게 뭘까요?

- 낮에 팔을 사용하지 않는 게 도움이 됩니다. 팔을 아래로 늘어뜨리고 다니지 마시고요. 팔은 평생 매달려 있으니까. 여태 그렇게 있었으니 매달려 있기 힘들답니다. 이제는 그 표시를 하는 겁니다. 어깨 회전근도 아프고 목뼈도 다 안 좋아지고 있어서 영향을 주는 거고요. 마라톤 선수처럼 팔을 굽히고 다니던지 아니면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니세요. 밤에는 옷을 더 두껍게 입고 주무시고요. 춥지 않게 다니세요. 무거운 거 들지 마시구요.


선생님은 조금 화가 난 듯한 말투와 억양이었다. 그동안 하지 않던 말을 한꺼번에 쏟아 놓는 것 같았다. 내가 뭘 잘못했나? 처음 왔을 때 어디가 아프냐고 문진한 이후로 늘 말없이 침만 놔주었는데 내가 치료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한 것이 잘못인가? 어떻게 하면 덜 아플지 환자가 묻기 전에 미리 말해주면 안 되는 건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인데 그런 것도 모르고 묻느냐는 책망인가? 나는 어리둥절했다. 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오늘따라 침을 놓을 때 더 아프다. 이 한의원에 계속 다녀야 하나 잠시 고민.




침을 맞는 동안 당연하게 매달려 있는 팔을 생각한다. 다리도 내 몸뚱이에 달려 있지만 매달려 있지는 않다. 무거운 몸을 지탱해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주체적으로 자기 가고 싶은 곳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 아직 그런 경험은 없지만 머리가 가라는 대로 가지 않고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팔은, 맥없이 몸뚱이에 매달려 있다. 늘 덜렁거리며. 거꾸로 흔들리느라 힘들었겠다. 걸을 때마다 제 멋대로 움직이는 팔을 균형 있게 잘 잡고 있느라 어깨도 힘들겠구나.


내가 내 몸뚱이의 주인이니까 내 머리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의 노고 따위는 생각도 못했는데. 어깨도 팔도 좀 편하게 있고 싶었겠구나. 원체 비루한 몸뚱이라 조금만 힘들어도 나는 습관처럼 침대에 눕는다. 다리나 허리는 그 때 조금 쉴 수 있다. 그럴 때조차도 팔은 얼굴 높이로 책이나 스마트 폰을 들고 있었으니 왜 안 힘들었으랴.


한의원에서 나와 걸을 때 팔을 굽혀 본다. 어깨에 말을 걸어본다. 이렇게 팔을 굽혀 들고 있는 것이 더 힘들지 않으려나? 그런데 지나는 사람들도 많으니 그냥 주머니에 넣고 걸을까? 그래 오늘은 주머니에 넣고 걷자. 장갑이 없어 손도 시려우니까. 얼른 집에 가서 어딘가에 올려놓을게. 뚝 떼어서 어깨도 쉬게 해 줄 수는 없으니 의자에 앉아 테이블에 올려놓자. 늘 누워서 팔을 높이 들고 있던 내 버릇. 그게 너희를 힘들게 했구나. 그랬던 거구나.


누워서 폰으로 쓰던 글을 오늘은 데스크 탑 앞에 앉아 쓴다. 그래도 팔이 쑤시고 아프다. 너무 무리한 건가. 조금만 참아줘.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이제 보니 내게 있는 것들, 내 몸에 붙어있는 것들은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몸의 주인은 누굴까, 어느 동화처럼 힘겨루기 할 생각은 없다. 모두 다 중요하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다만 소중하다는 것을 잊고 있을 뿐. 이제 내게 먼저 말 걸어 준 몸에게 좀 더 귀 기울여야지. 내년에는 글쓰기 근육만 말고 몸의 근육을 길러야할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