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다, 진다, 졌다

하나의 동사만으로 글쓰기

by 세번째 삶



오늘 달리기 시합에서 졌다.

M을 이기려 서두르다 넘어지는 바람에 하얀 체육복엔 누런 흙빛 얼룩이 졌다.

바지를 올려보니 무릎에는 엷게 까진 상처, 이 정도면 흉이 것이다.

고개를 돌려보니 길가의 동백 꽃잎은 무심히 진다.

아픈 무릎을 짚고 일어나 가방을 등에 졌다.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해는 뉘엿뉘엿 진다.

서럽고 억울한 마음에 눈물을 참으려 고개를 드니 하늘엔 노을이 지고 있었다.




한 가지 동사로 글을 써보기로 했다.

흉이 안 진다, 때가 안 진다는 말을 생각하다 적어놓았던

'지다'라는 동사가 떠올랐다.


지다

꽃이나 잎이 시들어 떨어지다

해나 달이 서쪽으로 넘어가다

묻었거나 붙어 있던 것이 닦이거나 씻겨 없어지다

물건을 등에 얹다

내기나 시합에서 상대에게 꺾이다




하나의 말이 여러 개의 뜻을 가졌다.

여러 뜻을 가졌대도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꽤 흥미롭고 의미 있는 작업.


하나의 동사를 같은 뜻으로 쓰면서도 여러 문장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과 생각을 나누고 의견을 듣는 것은 글쓰기에 아주 좋은 영향을 준다.


같은 뜻으로 쓰면서도 시제를 달리하여 여러 문장을 써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이 사진에 어울리는 문장은 어느 쪽일까?


해가 지다

해가 진다

해가 졌다


물이 들다

물이 든다

물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