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일코 참가후기
일러스트페어에 관람객이 아닌 참가자로 처음 참여해 보았습니다.
늘 생각만 하고 관람만 하다가 참여를 하게 되었는데요.
페어에 팬으로서 관람객으로서 봤을 때는 4일간 참여하는 거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참가해보니 4일동안 몸과 마음 모두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하였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일러스트페어 중 가장 크고 인지도 있는 서울일러스트페어에 지원했으나 경쟁이 치열한 탓인지 저의 부족함 탓인지 따ᅠ갈어져서 다른페어를 찾아보다 서울일러스트코리아가 마침 지원자를 모집하고 있어 지원했는데 되어서 참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꽤 일찍 준비를 하기 시작했어요.
긴시간 마음이 설렘반 긴장반으로 롤러코스터를 탔답니다.
굿즈를 많이 챙겨 바리바리 싸들고 갔어요.
근데 재고로 많이 남았어요.ㅠㅠ
그치만 살아오면서 가장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상대한 4일이었던 거 같아요.
이번 페어가 무료 티켓이 많아서인지 축제를 구경하러 온다는 생각으로 오신 분들이 많은 거
같았습니다. 그래서 구매를 하려는 분들보다 이벤트나 구경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기보다 직접 덤 스티커나 명함을 건네면서 다가가니 조금씩 반응을 해주셨습니다.
참여했다고 진열했다고 사람들이 보는 게 아니라 붙잡고 눈을 마주치니 그림을 보기 시작 하더라구요.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는 것이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다가가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번 페어를 통해 저의 그림에 관심에 가져준 분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는데요, 만나면서 알게된 사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저는 사실 혼자 작업할 때는 내가 나이도 적지 않은데 너무 귀여운(?) 그림을 그리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내심 있었는데 의외로 어른들이(?) 저의 그림에 반응을 해주셨습니다.
의외였어요. 사람들의 반응에 저도 놀랐습니다.
어린 친구들보다 어른들, 저의 나이와 비슷한 또래 분들이 저의 그림을 좋아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느꼈어요. 아 나는 내면이 성숙한(?) 사람이었구나. 하고요.
그림은 그리는 사람을 닮아있으니까요.
저는 저도 모르게 제가 아직 어리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을 보니 제가 나이가 들긴 했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생각보다 반응을 많이 해 주셔서 그림을 계속 그려갈 원동력을 얻은 거 같아요.
피드백을 받아서 좋았습니다. 혼자서는 아무리 좋아도 계속 작업해 나가려면 누군가가 봐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거 같아요.
그리고 페어를 통해 작가님들을 실제로 만나게 되어 좋았습니다. 실체가 있다는 건 확실히
느낌이 다른 거 같아요. 뭔가 더 진짜 같고 진실된(?)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아직 작가라고 하기엔 아무것도 아니지만 저와 같은 일을 하고 행보를 걷는 동료들이
생긴 거 같아 동질감과 소속감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동안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낙오자 같은 저였거든요.
페어를 통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니 반갑고 좋고 기쁘기도 하지만 왠지 모를 두려움도 조금은 있었습니다. 혹시나 내 그림을 카피하지 않을까 하는 괜한 걱정도 조금은 들더라구요. 하지만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쁨이 더 크겠죠.
페어에 참가하길 잘한 것 같습니다. 일러스트페어에 왔다는 건 그림에 관심있는 사람들일 텐데 그런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잖아요.
비록 서일페는 떨어졌지만 서일코로도 저에게는 충분하고 감사한 페어였습니다.
저를 참가할 수있게 해준 서울일러스트코리아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페어 참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그림을 보여드리는 건 좋은데 참여비가 너무 비싸서 선뜻
또 참여하긴 좀 어렵지만 천천히 기회 봐서 또 참여해 보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혼자 집에만 있을 때 느낄 수 없던 수많은 생각과 느낌을 느낄 수 있던 4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