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소중히 대하는 또 하나의 태도
멕시코에 온 지 2주가 되었다. 나는 멕시코에 국비 지원 프로그램으로 와서 스페인어 수업을 듣고 있다. 20명의 동기들이 있고 초급반, 중급반으로 나뉘어 있다. 스페인어를 배워본 적 없는 나는 초급반이다. 우리는 모두 같은 조건, 상황에 놓여 있다. 스페인어를 처음 배워보며 센트로에 살고 같은 수업을 듣는다. 그래서일까 누군가 뭘 하면 나도 해야 될 것 같고, 잘하고 있는 건가? 의심하게 된다. 한국 사회가 경쟁하고 초조하게 만든다고 하지만,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만들고 싶다며 3년을 휴학하고 8년 동안 대학교를 다녔다. 그래서 휘둘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작은 사회에서는 그 마음이 쉽게 먹어지지 않는다.
같은 시기를 지나고 있으니 어쩌면 서로에 대한 비교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영어를 잘하는 누구는 스페인어가 부족해도 벌써 멕시칸 친구를 사귀어서 그 친구를 만나러 나간다고 하고, 한 친구는 지난주에 한국인 친구들을 새로 사귀어서 놀러 나간다는 거다. 사실 그게 오늘이다. 그래서 집에 와서 속상했다.
내가 영어라도 잘했더라면.. 하는 마음에 의기소침해졌다. 스페인어를 배우러 와서 영어 타령이라니 욕심이 많지. 하지만 정확히는 욕심이 많으면서 그만큼의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2022년에 유럽 여행을 다녀온 뒤 해외에서 살겠다며 영어 공부를 시작해 놓고 제대로 하지 않은 내 모습이 생각났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럴까 봐 두렵다. 나는 학교 다닐 때도 성실한 학생이 아니었다. 그리고 내가 타고난 것들 외에 못하는 것을 잘하는 경지까지 끌어올려 본 경험이 없다. 예를 들어 나를 표현하는 글을 잘 쓰고 사람들 앞에 서서 말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다.(발표든 술자리든 ㅎ) 운동으로 근육을 키워본 적도 없고 데이터 분석이다 코딩이다 이것저것 찔러 봤지만 결국 나의 능력이나 기술이 된 것은 없다. 작은 성공경험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고, 친구들에게 응원을 건넬 때도 그 단어를 쓰면서 정작 나는 극복해서 이루어 본 적이 없다. 시간이 지나서 후회하는 삶이 지겹다. 내가 바라는 내 모습을 알면서도 노력하지 않는 내가 싫다.
그래서 마음을 다시 고쳐 먹었다. 내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온 지 고작 2주밖에 안 된 지금 친구를 사귀지 못한 것이 아니라 5개월 연수가 끝난 뒤에도 스페인어를 못하는 내 모습이다.
요즘 지친 청년들에게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나의 속도대로 천천히 가도 된다는 메시지가 곳곳에서 크게 들리는 걸 느낀다. 30대, 40대에 새로운 걸 시작해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언제 시작해도 절대 늦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동안의 나는 이 말을 "그래, 지금이 아니더라도.."라고 제멋대로 해석하고 핑계를 댔다. 그건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지금 당장 시작하라는 말이다. 모든 것이 준비된 때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
이번만큼은 나에게 관대하고 싶지 않다. 나를 사랑하는 만큼, 내 인생이 소중한 만큼 최선을 다해 달려가고 싶다. 남들보다 앞서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 이번에 열심히 하지 않는다면 내가 멕시코에 온 이유가 없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내가 멕시코에 갖고 온 목표를 생각하자. 나는 내 마음이 원하는 대로, 나의 계획대로 차근차근 멕시코에서의 삶을 만들어 나가면 되는 거다. 나를 위해 서두르자. 그리고 이루자.
2024.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