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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21. 2022
엄마 인생,무.쓸모(feat88년 골드스타 전자레인지)
쓸모 있는 엄마 life
feat. 88년 산 금성사 전자레인지와 함께한 세월며느리 10년 차.
새댁일 땐 어색하던 시댁 살림도 이젠 눈에 익어서 내 집처럼 편해진 시기가 왔다.
이번 명절. 시댁에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주방에서 우유 한잔을 데우려고 전자레인지를 돌렸다.
'문열림' 버튼을 누르고, 타이머를 손으로 돌려 시간을 맞추고, 네모난 조리 시작-버튼을 눌러 주황빛 불 켜진 내부가 잘 돌아가는걸 잠시 멍하니 바라본다.
땡~ 타이머가 끝났다. 소리가 참 예쁘기도 하지. 뜨끈하게 잘도 데워준다. 근데 새삼스레 늘 봐오던 전자레인지가 달리 보였다.
도대체 넌, 몇 년 생이냐???
전자레인지가 왜 이리 오래된 거지? 그동안 이런 생각도 안 해봤는데 문득 이 녀석의 브랜드를 보고 흠칫 놀랐다. Gold star를 아시는가. 무려 1988년 4월생 전자레인지다.
'그동안 며느리가 왜 이런 것도 안 꿔드리고 뭐했냐?'라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전자레인지 심하게 잘 돌아간다. 그동안 두세 번쯤 새것으로 바꿔드리려고 시도는 했었다. 그런데 그때마다 어머니는 한사코 거절하셨다. 아직도 너무 잘 작동된다며 계속 쓰시겠다는 시어머니를 말릴 수 없었다.
짱짱한 성능은 나도 인정!!
30년이나 된 기계가 어디 하나 고장 난 곳 없이 너무 잘 작동한다.
단지
조금 크고. 많이 무겁고. 누레졌다는 이유로 버리고 바꾸자니 이제는 30년을 함께해 온 어머니의 세월이 아쉬워서 차마 억지로 바꾸자고는 더 이상 말을 꺼내지 못했다.
이제 다시 보니 이 녀석. 느낌이 레트로~한 게 참 예쁘다. 그래서 어머니께 말을 꺼내봤다.
전자레인지 진짜 오래되긴 했네요.
그러자 어머니의 80년대 전자레인지에 얽힌 추억이 줄줄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의 신랑이 애기 때였을 시절 이야기부터 소환되었다.
저거(전자레인지)를 사고 나서 처음으로 돌렸을 때, 친척들이 집에 다 와 있었거든. 모두가 다 저게 돌아가는 걸 숨죽이고 지켜봤지. 근데 윙~ 하고 돌아가다가
'땡-' 하고 소리가 나니 모두들.. 저거 저거, 폭발한다고 다들 수그리고 숨고 난리가 났었어. 타이머가 끝났다는 소리인 줄은 모르고 다들 숨은 거지.
폭발은 안 하더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