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두 단어를 놓고 글을 쓰려니 한참 동안 빈 흰색 화면만 멍. 하니 바라본다. 엄마인 나의 꿈은 정녕 ‘로또 1등’이랑 ‘애들 일찍 재우고 드라마 본방 사수하기’ 밖에 없는 것일까.
엄마로 사는 요즘, ‘내 꿈’이 없어진지는 오래되었다.
학창 시절에는 대학, 대학생일 때에는 직장, 20대에는 결혼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꿈을 꾸며 하루하루를 미래를 위해 노력하며 치열하게 살아왔건만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직장이 생기고, 결혼도 하고 나니 더 이상 꿈꾸지 않아도 되는 일상이 찾아왔다. 처음에는 꼭 달성해야 할 목표가 없는 일상이 너무 좋았다. 꼭 오늘까지 밤새워 작성할 리포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시험공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어느 순간 마음이 허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이렇게 그냥저냥 살아도 되는 걸까? 육아 터널은 언제쯤 빠져나가 질까? 아기를 좀 더 키우고 나면 난 뭘 하고 있을까? 난 어디로 갔을까...’
애기 엄마가 된 후 친해진 사이끼리 서로에 대해 알아갈 때 하는 질문들은 ‘애기 몇 개월이에요? 애기 밥은 잘 먹어요? 애기 몇 키로예요? 애기는 밤에 잘 자요? 언제 처음 걸었어요?’ 등등 온통 애기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친한 애기 엄마들끼리 ‘★★(이) 엄마, 꿈은 뭐예요?’라고 물어보는 사이는 없었다. 있다고 할지라도 매우 극히 드물겠지.
‘애기 보느라 먹고 자는 것조차 겨우 하며 버티고 사는데 꿈이 뭐냐니..’
분명 우리 엄마들 모두 미치도록 가슴 뛰던 꿈이 있었을 텐데, 이제는 그것들 모두, 어쩔 수 없이 엄마가 되면서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내 꿈과 바꾼 세상에서 가장 예쁜 아이가 내 곁을 지켜주고 마음을 채워주지만말이다.
분명 찾아온다.
어느 날 문득, 아이가 일찍 잠들고 오랜만에 세상의 고요함이 느껴지는 평온한 밤이 찾아온 것이 느껴질 때, 사라져 버린 내 꿈이 다시 생각난다면, 외면하고 그냥 잠들어버리진 마세요. 잊고 있던 내 꿈이 마음을 똑똑 두드리는 날이 분 명 찾아온다.
그때가 바로 다시 내 꿈을 시작할 시점이다.
아기 재우고 엄마의 삶을 다시 찾기 위한 일들을 조금씩, 하나씩 해내다 보면 잊어버린 줄만 알았던 ‘나’, ‘내 꿈’도 다시 반짝- 할 것이다. 엄마의 삶을 더 잘 해내기 위한 방법으로 내 꿈을 찾는 일은 삶의 원동력을 가져다 줄것이라 믿자.
뭐라도 기록하기
꿈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뭐라도 기록하기’를 추천한다.
종이와 펜을 꺼내, 아니면 핸드폰의 메모장 어플을 켜고서라도 당장 내일 뭘 할 건지, 일주일 후 뭘 할 건지, 내가 그동안 제일 하고 싶었던 일이 뭐였는지, 올해가 가기 전에 하고 싶은 딱 한 가지 나를 위한 일이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등 아무 거라도 적어 보자.
엄마의 삶을 기록하는 일, 사소하고 평범하다고 생각되겠지만 가장 위대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쏟아질 것이다. 내면에 숨겨진 능력들을 꺼내는 과정은 오랫동안 쓰지 않은 기계를 꺼내는 것처럼 먼지가 쌓이고 삐걱거려서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마의 기록은 우리 가족을 지탱시켜주는 힘이 될 것이고, 나를 찾게 해주는 힘이 되어줄 것이고, 오늘 밤 잠도 안 오게 설레게 하는 새로운 에너지가 되어줄 것임을 믿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