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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자 Dec 26. 2022

마음이 고플 땐, 책 뷔페 맛집, 서점으로!

기분이 저기압일 땐, 고기(거기) 앞, 서점으로 가자!

서점에는 다- 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서점에는 온갖 책이 다- 있다. 내가 평소에 보고 싶던 책부터 요즘 핫한 책들, 최근 브런치에서 출간 소식을 들었던 갓 나온 따끈한 책(사진 속의 여자 야구 입문기-)도 만날 수 있었고 오래전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책들이 다시 리커버 되어 나온 소식도 접할 수 있다.


서점은 책 뷔페 맛집이다.

브런치에서 출간 소식을 봤던 여자 야구 입문기- 책을 만나서 혼자 반가워했다.


서점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모든 책이 다- 있다는 것이다.

모든 장르의 책을, 한 자리에서 싹 훑어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가장 핫한 책이 무엇인지 쉽게 파악이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최근 트렌드, 사회 변화의 흐름을 읽어낼 수 있는 맥락을 책 제목만으로도 파악할 수 있다. 서점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책들을 섭렵해버린 듯한 느낌을 10%쯤은 낼 수 있으니 가성비 좋은 공부 장소가 된다.


내 취향에 딱 맞는 책을 만나 집으로 데려오는 재미도 쏠쏠하다.


뷔페에 가면 가벼운 음식부터 시작하여 모든 음식들을 조금조금씩 덜어와 먹은 후, 후반부의 접시에는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선택하여 잔뜩 먹는다. 마찬가지로 서점에 가면 가볍게 몸을 풀듯 내 위치에서(주로 매장 입구) 가장 가까이 진열된 책들을 쭉 스캔하고, 상황에 따라 사고 싶은 책, 읽고 싶었던 책을 먼저 손에 쥔 후, 그 주변을 따라 디저트 먹듯 신간, 베스트셀러, 관심이 전혀 없던 분야의 코너까지 천천히 둘러본다.

 

내가 사는 지역에는 대형서점이 없다. 인터넷 서점 유통이 워낙 잘 되어 있으니 얼마든지 집에서도 주문 하루 만에 원하는 책을 배송받아볼 수 있는 점은 그 아쉬운 부분을 달래준다. 대형서점과 인터넷 서점에 밀린 중소형 동네 서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은 슬프지만, 그래서 더 서점으로의 외출 시간은 달콤하다.



읽지 않을 권리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의 저자, 피에르 바야드는 책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전혀 접해보지 못한 책(UB), 대충 뒤적인 책(SB),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 책(HB), 읽었지만 내용을 읽어버린 책(FB)을 따로 구분하고 있다.


어차피 인류는 세상 모든 책을 다 읽을 수 없다. 바쁘고 힘든 현대사회에서 다독, 정독-이 쉽지 않은 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 자체에 위안을 받는다.


모든 책을 다 읽을 수 없고, 다 살 수는 없지만 서점에서는 적어도 많은 책을 비교적 짧은 시간에 눈으로, 뇌 속에 스캔하여 저장해 넣을 수는 있다.  


프랑스 소설가, 다니엘 페낙은 <Comme un roman>에서 독자의 권리에 대해 언급했다.


독자의 10가지 권리(10 Inalienable Rights of the Reader)

1. 책을 읽지 않을 권리 The right to not read

2. 페이지를 건너뛰며 읽을 권리 The right to skip pages

3.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The right to not finish a book,

4. 다시 읽을 권리 The right to reread

5. 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 The right to read anything

6. 보바리즘에 빠질 권리(주인공과 자신을 동일화시킬  권리/ 보바리즘 : <보바리 부인>의 주인공 심리 상태를 묘사한 것. 자신의 꿈과 현실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해 자신을 소설 속 여주인공과 동일시하는 현상) The right to "Bovary-ism, " a textually-transmitted disease

7. 아무 장소에서나 읽을 권리 The right to read anywhere

8. 마음에 드는 곳을 발췌하여 읽을 권리 The right to sample and steal (grappiller)

9. 크게 소리 내어 읽을 권리 The right to read out-loud

10. 책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을 권리 The right to be silent       



꼭 책을 읽어야만 책인가. 안 읽으면 어때. 독자의 권리 중 1번, 책을 읽지 않을 권리 The right to not read를 보자마자 그것 봐~ 괜찮다잖아~ 뭐 어때!!! 라며 무릎을 탁 쳤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사장님 귀는 당나귀귀. 2022.07.17 방송분) 어느 의료인 부부의 에피소드 중, 책에 관한 내용이 있었다. 부부가 따로 생활하는 상황에서 남편분이 사는 제주도 집 서재가 화면에 잡혔다. 책꽂이 3개 분량에 책이 빼곡하게 꽂힌- 누구나 봐도 부러운 서재의 모습이었다. 그 장면을 본 부인이 불평하길, '저 책들 중 신랑이 읽은 책은 5%밖에 안된다. 방송을 위해 2층 서재에 2,000여만 원을 들여 제주도까지 책을 공수해 왔다. 보여주기 위해 서재를 꾸몄다 신랑은 낭비벽이 심하다.'라는 멘트를 했다.  


해당 장면에서 나왔던 구체적인 금액의 액수 범위 등 옳고 그름을 다 떠나서 이 대목에서도 '지구인들은 어차피 지구상의 모든 책을 다 읽을 수 없다.', '세상은 넓고 읽을거리, 책은 지금 이 순간에도 생산되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다.


어차피 모두 읽을 수 없다면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이자. 읽을 수 없는 권리- 다 읽을 수 없어도 당당하자. 다 읽을 수는 없지만 서점은 자주 가도 되고, 다 읽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도 맘껏 능력껏 사도 괜찮다. 뭐 어때- 책을 좋아하면 그만이지.

강요가 아닌 자유로운 읽기를 통해 책과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뉴욕 타임스 북 리뷰-

책과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방법을 각자 저마다의 인생에서 추구하며, 책과 함께 일상을 살아낼 힘을 얻는 것. 그거면 된 거지 뭐.

.

모든 장르의 책을 다 맛볼 수 있는 책 뷔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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