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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자 Mar 09. 2023

쳇 GPT도 모르는 '전과'를 아시나요?

'전과' 있나요?

새 학기, 초등학생 아이를 위한 교재를 구매하러 서점에 갔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에는 신경 안 쓰이던 사회, 과학이 시작되는 학년이었기에 서점에 들어서자마자 자동반사적으로 서점에서 찾았던 책은 '전과'였다.


'저.. 전과는 어디에 있나요?'

동네, 작은 서점 아저씨께 질문을 하는 동시에, 아저씨의 당황스러운 표정을 읽으며 아차. 싶었다.

 

아.. 전과는 옛날시절의 유물이지.. 


허허.. 이젠 그런 책 안 나와요. 


아저씨도 나도 서로 멋쩍게 웃었다. 90년대 초등학교를 다니던 나에게 '전과'는 모든 과목을 말 그대로 '올케어- ALL CARE' 해주는 전지전능한 참고서이자, 학교 숙제의 필수품이었다. 국영수사과- 내 기억에는 음악 그 이상의 과목까지 모든 과목에 대한 교과서의 해설, 정답이 다 한 권에 묶여 있었던 책이다. 학교 숙제로 교과서의 문제를 풀어가야 할 때면 전과를 펴서 정답을 베끼기도 하고, 학교 공부를 할 때 교과서 +@의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매년, 초 엄마가 사주셨던 기억이 남아있다.




[전과]라고 읽으세요? [전꽈]가 아니라고요?

전과를 [전과]라고 읽는다면 MZ, [전꽈]라고 읽으면 올드세대라면서요? 

어머, [전꽈]로 읽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전과를 전꽈가 아닌 그 다른 발음으로 읽어본 적이 없는데.. 낯설다 요즘 세대! 범죄이력 정도로나 해석될 '전과'라는 책을 요즘 세대는, 우리 집 아이는 구경조차 못해봤으니 이 책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해조차 못할 터.

 

어찌 보면 우리 세대에게는 너무 당연한 일을 다른 세대에게 너무 당연하게 서로 요구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미지 출처:나무위키


2023년의 쳇 GPT는 [표준전과], [동아전과]를 알고 있까? 

요즘 핫하다는 인공지능, 쳇 GPT는 [전과]라는 참고서를 알고 있을까? 다량의 정보를 검색하여 종합 도출해 준다는 그 녀석에게 질문을 해보았다.

  


결론은, GPT는 틀렸고, 맞았다. 

GPT에게 질문을 하고, 그 녀석이 답변을 작성하는 커서를 팔짱을 끼고 바라보면서 '요녀석 봐라?' 싶었다. 어쩜 이렇게 술술 그럴듯하게 잘 풀어낼까? 결론은, GPT는 틀렸고, 맞았다. 컴퓨터 너머에 있는 AI 녀석이 작성해 낸 답변은 마치 내가 대학생 때 작성했던 시험지의 답안 같았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글이 무슨 말인지, 나도 모르는 채로, 서론-본론-결론의 형식씩이나 갖추어, 매우 그럴듯하게 주제를 잘 포장해 내는 듯. 지면을 꽉 채워 답변을 적었지만, 결국 핵심 한두 문장을 제외하고는 정확한 답변을 꺼내어놓지 못했다. 인터넷상에 정보가 부족한 질문에 대해서는 정확도가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래서 다시 관련된 설명이 자세히 나온 링크를 첨부해 주어 GPT에게 약간의 학습을 시킨 후, 부연 질문을 해보았다.





여러 번 질문을 해보았으나, 썩 흡족한 답변을 들을 수 없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시점, GPT는 공손함까지 갖추어 '혼돈을 드렸다면 죄송합니다.'라는 사죄의 메시지까지 써내었다. 이런. AI에게 사과씩이나 받게 된다니. 그래그래. 모를 수도 있지.

 

GPT, 너도 요즘 세대이니 전과를 [전꽈]가 아닌, [전과]로 발음하니?


역시, 요즘 AI이구나. [전꽈]가 아닌 [전과]로 발음한단다. 그래. 쳇 GPT, 너! 요즘세대인 것 인정! 어쩌면 요즘, 초등학생에게 전과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언제든 원하면 전자 교과서를 다운로드할 수 있으며, 검색 등을 통해 교과서 이상의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충분한 시중의 참고서, 손쉬운 인터넷 검색, 게다가 엄마보다도 더 빠르게 답변해 줄 수 있는 AI들의 등장까지. 그래서인지 출판 시장에서 '전과'라는 참고서가 최근까지도 출간되었다가 2017~2018년부터 출이 중단되었을 것이다.

 '예전의 당연함'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꼰대'로 인식될 수 있는 사회. 이제는 우리에게 당연했던 문화를 '추억' 언저리에서 찾아야 한다. 하지만 그 변화 자체가 싫지는 않다. 과거, 우리의 문화도 누군가들의 마음속에는 공통적으로 저장되어 있으니. 서로 추억을 공유하며, 잠시나마 그 시절의 이야기를 나누며 하하 호호 웃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비록 쳇 GPT와는 '전과'의 추억을 공유할 수 없었지만, 이 글을 읽는 그 시절의 모든 이들과 옛 시절의 '전과'이야기를 이렇게 글로나마 함께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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