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순간, 뇌리를 스치는 문장들을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글로 옮겨내기 어려운 순간이 있다. 그때 했던 생각들은 꽤 괜찮았는데, 다시 글로 옮겨내려면 그대로 생각이 나지도 않고 썩- 초안의 생각보다 별로인 적이 수두룩하다. 마음을 스쳐 나온 문장들이 뇌까지 닿질 못하는 순간, 토씨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아 핸드폰의 [음성 입력] 기능을 켰다.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여 글자를 적어내 보지만 손톱에 네일팁을 붙여놔서인지 타자의 속도가 그날따라 느렸다. 그래서 마이크 버튼을 꾹- 누른 후, 소리를 내어 육성으로 생각 그대로를 뱉어보았다.
하단의 아래로 향하는 v표시를 누르면 음성 입력 기능이 짠- 나온다.
파란색 마이크를 눌러 입으로 글을 쓴다.
아래는 음성인식 기능으로 입력한 글이다. 검은색은 음성 그대로를 입력한 결과이고 민트색은 그 내용을 다시 수작업으로 고친 문장이다. 구글의 음성인식 기능은 띄어쓰기까지 반영해주고 꽤 정확하다.
[1차 시도]
*음성 그대로 : 저는 참 뚫은 사람이에요 예전에는 꽤나 물 잘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수정한 문장 : 저는 참 서툰 사람이에요. 예전에는 꽤나 뭘 잘한다고 생각했었는데
-> 처음 시도했던 문장은 '뭔 소리야' 싶을 수준이긴 한데 '발음이 부정확했거나 말의 속도가 빨랐나 보다.' 하며 수정을 해본다. 마침표도 찍어 문장을 구별해준다.
[2차 시도]
*음성 그대로 : 나이가 들어서 내가 나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될수록 참 많이 서툴다는 것을 느낍니다 지금이 글도 서툴고요 말하는 것도 서툴고 힘이 들 때 그룹 풀 빠져나오는 과정도 참석 주나요
*수정한 문장 : 나이가 들어서 내가 나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될수록 참 많이 서툴다는 것을 느낍니다. 지금 이 글도 서툴고요, 말하는 것도 서툴고, 힘이 들 때 그 늪을 빠져나오는 과정도 참 서툴러요.
-> 2차 시도에서는 말의 속도를 2배 정도 늦췄다. 천천히 또박또박 말하려 애쓰니 정확도가 높아진다. 천천히 말하다 보니 어구마다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벌어진다. 마음이 정돈되는 느낌이랄까. [늪을 빠져나오는]과 같은 단어는 구글이 틀려도 너그러이 이해해준다. 받아쓰기 어려운 단어지, 충분히 이해해, 구글!
[3차 시도]
*음성 그대로 :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것은 그 서툰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 품어주고 그 자체로 내가 나를 다독이며 사는 것도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수정한 문장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것은 그 서툰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 품어주고, 그 자체로 내가 나를 다독이며 사는 것도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3차 시도만에 받아쓰기 100점이다. 콤마, 만 추가하여 가독성을 높였다.
[4차 시도]
*음성 그대로 : 저는 밥을 잘 못 합니다 어제 한 밥도 망했고요 그저께 한 밥도 너무 질어서 망했어요.
그런데도 크게 속상해하거나 화내지 않고 내가 나를 잘 다독이면서 마음을 컨트롤해 갈 수 있는 어른이 되어 간다는 생각에 너 참 많이 컸구나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정한 문장 : 저는 밥을 잘 못 합니다. 어제 한 밥도 망했고요, 그저께 한 밥도 너무 질어서 망했어요.
그런데도 크게 속상해하거나 화내지 않고 내가 나를 잘 다독이면서 마음을 컨트롤해 갈 수 있는 어른이 되어 간다는 생각에 '너 참 많이 컸구나.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차 시도 역시 받아쓰기 100점! 마침표와 콤마 정도만 쓴다. 너무 길게 한 호흡에 이어가려 한다가 모두 삭제될 것 같아 조금씩 끊어 작업을 했다.
[5차 시도]
*음성 그대로 : 앞으로도 저는 아마 크게 뭘 더 잘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생각들이 크게 속상하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내가 나를 다독여 줄 수 있는 힘 하나는 제 내면에 가지고 있는 것 같거든요 그거 하나면 앞으로 사는데 큰 지장은 없을 것 같습니다 뭘 엄청나게 잘하지는 않아도 내가 나를 다 죽일 수 있는 따뜻함 힘 그만하면 저는 출근합니다 그 마음들을 오래 잘 기억해 내고 싶어서 이 글을 씁니다 그 마음들을 밖으로 뱉어냅니다
*수정한 문장 : 앞으로도 저는 아마 크게 뭘 더 잘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생각들이 크게 속상하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내가 나를 다독여 줄 수 있는 힘 하나는 확실하게 제 내면에 가지고 있는 것 같거든요. 그거 하나면 앞으로 사는데 큰 지장은 없을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엄청나게 잘하지는 않아도 내가 나를 다독일 수 있는 따뜻함, 내면의 힘. 그거 하나면 저는 충분합니다. 그 마음들을 오래 잘 기억해 내고 싶어서 이 글을 씁니다 그 마음들을 밖으로 뱉어냅니다.
->5차 시도를 통해 생각의 덩어리 하나를 글로 옮겨냈다. 여기까지 글을 생산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5분. 이 정도면 속도전에서도 매우 매력적인 기능이다. 다만.. 파란색 부분의 단어는 섬뜩했다.
내가 나를 다독일 수 있는 -> 다 죽일 수 있는
저는 충분합니다 -> 저는 출근합니다. 라니
출근...후들후들.
[다시 정리하여] 수정된 문장만 모아 하나의 글로 완성합니다.
저는 참 서툰 사람이에요. 예전에는 꽤나 뭘 잘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나이가 들어서 내가 나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될수록 참 많이 서툴다는 것을 느낍니다. 지금 이 글도 서툴고요, 말하는 것도 서툴고, 힘이 들 때 그 늪을 빠져나오는 과정도 참 서툴러요.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것은 그 서툰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 품어주고, 그 자체로 내가 나를 다독이며 사는 것도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밥을 잘 못 합니다. 어제 한 밥도 망했고요, 그저께 한 밥도 너무 질어서 망했어요. 그런데도 크게 속상해하거나 화내지 않고 내가 나를 잘 다독이면서 마음을 컨트롤해 갈 수 있는 어른이 되어 간다는 생각에 '너 참 많이 컸구나.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아마 크게 뭘 더 잘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생각들이 크게 속상하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내가 나를 다독여 줄 수 있는 힘 하나는 확실하게 제 내면에 가지고 있는 것 같거든요. 그거 하나면 앞으로 사는데 큰 지장은 없을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엄청나게 잘하지는 않아도 내가 나를 다독일 수 있는 따뜻함, 내면의 힘. 그거 하나면 저는 충분합니다. 그 마음들을 오래 잘 기억해 내고 싶어서 이 글을 씁니다 그 마음들을 밖으로 뱉어냅니다.
성숙한 어른이 되기를 꿈꾸지만 늘 어딘가 구멍 나 있는 마음을 달래주는 문장들을 <반창고 문장>으로 건네봅니다. 덜 된 우리를 끌어안고 살지만 여전히 행복은 우리 마음 속에 있다고 믿는 여러분의 마음에 잘 붙여주세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냐고? 음, 난 하늘을 나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다고…….” 그 순간 웬디의 발이 땅에서 완전히 떨어졌다. 와! 와! 행복한 생각을 하라는 거였구나! 이제 알았어! 행복한 생각을 해야 날 수가 있는 거야! -피터팬 중-
-> 이렇게 5분 만에 뚝딱- 입으로 쓰인 이 글은, 곧 발행할 제 브런치 북을 소개하는 문장으로 사용할 예정이랍니다. 예상 외의 문장 수확. 아싸(개). 이. 득. (고마워, 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