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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자 Aug 26. 2022

7세, 구구단 7일 만에 외우게 한 비법, 냉장고 주문

열려라 참깨! 냉장고 문을 열고 싶다면 주문을 읽으시오!

우리 집 냉장고는 주문을 외워야만 열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목이 말라 물을 꺼내러 냉장고 앞에 쪼르르 왔다가도 잠시 멈춰서 주문을 외워야만 문을 열 수 있답니다.


육일은 육, 육이십이, 육삼십팔. 6×4=24...



단순 암기, 구구단 외우기에 딱! 냉장고 문을 열기 위한 우리 집만의 주문.


1. 열고 싶은 문에 붙어있는 구구단을 읽는다.

-문 하나에 구구단 한 단씩 쓰는 것이 적절 분량. (ex. 왼쪽 문에 2단, 오른쪽 문에 3단.)


2. 첫째는 안 보고 외워서 말하기, 둘째는 냉장고에 붙여진 것을 보고 1번 읽으면 냉장고 문을 열 수 있다.


3. 단계별 신호등 제도로 재미와 성취욕을 모두 잡게 한다.

단순게 냉장고 문을 열고 싶다면, 보고 읽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2~9단까지를 암기하여 신호등을 초로색으로 모두 채우면, 약속한 포켓몬 카드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면,


1) 6단을 2~3개 정도만 외울 수 있다면 빨간색 ☞ 아직은 다음 단으로 못 가요.(2단→3단으로 불가능)


2) 보지 않고도 50~70% 이상 성공할 수 있다면 노란색 색칠은 아이가 직접 하게 하여 성취도 자극


3) 보지 않고 100% 외우면 초록색 ☞ 다음 단을 외울 수 있는 자격을 줍니다.

(2단을 외우면 3단을 외울 수 있게 허용해주는 '특별 파격 혜택!!'을 준다고 과장하여 말하면 성취욕 자극)


4) 2단~9단까지 모두 외우면 약속한 포켓몬 카드를 선물 받을 수 있어요.

냉장고 문 열다 보면 구구단도 외우고, 선물도 받고! 일석 이조.




냉장고 문을 자주 열면, 전기값이 많이 나온다- 가 아니라 구구단을 외울 수 있다.

어른들 옛 말씀 중 냉장고 문을 자주 열면 전기 많이 나간다고 하던데, 여름이 되니 아이들이 냉장고 문을 너무 자주 열기 시작했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냉장고를 열어 구경을 하기도 하고 얼음을 꺼내느라 냉동실 오른쪽 칸은 하루에도 몇 번씩 꼬마 손님들로 바빴습니다.


냉장고 구구단 주문 놀이는 우연히 시작된 놀이었습니다. 유치원생 아이와 함께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며 놀던 중 아이가 얼음이 먹고 싶은지 수시로 냉동실 문을 열고 얼음을 꺼내 먹길래


구구단을 냉장고 문에 써서 붙여줄 테니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한 번씩 구구단 주문을 읽고 열어보기로 할까?


라는 제안으로 시작된 놀이었습니다. 구구단을 쓰고 있는데 아이가 이미 2단은 다 외웠고, 5단은 반 정도 외웠다면서 옆에서 구구단을 읊기 시작했습니다.


그래, 그럼 신호등도 그려줄 테니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으로- 표시해보자. 초록색 불이 켜져야만 그다음으로 갈 수 있는 거야.
한 단계씩 진화해보자. 포켓몬이 진화하는 것처럼 말이야.


아직 해맑은 아이는 너무 재미있겠다며 빨리 완성해서 붙여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학원에서 돌아온 형에게도 둘째가 진지하게 구구단 놀이의 규칙을 설명해줍니다.



형, 이제부터는 냉장고 그냥 열지 마! 열고 싶으면 구구단 다 외워.
냉장고 왼쪽 문은 6단이고, 오른쪽 문은 7단, 냉동실 왼쪽은 8단,
오른쪽은 9단이야. 알았지?
형, 엄마가 구구단 안 하고 문 열면 아이스크림 못 먹게 한대!



냉장고와 종이만 있으면 되는 구구단 주문 놀이! 단순 암기 과정에 적합해요.

결론적으로 7세 둘째 아이는 냉장고 주문을 붙인 지 7일 차가 되던 날, 2~9단의 구구단을 모두 뗐습니다. 일부 미진한 부분도 있긴 하지만 80~90% 이상의 내용을 암기한 셈이니 이만하면 성공적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저희 아이는 아주 평범한 보통의 아이입니다. 더 뛰어난 아이도 있겠지만 이 글은 아이의 수준 정도를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닌, 재미있게 놀이로, 자발적으로 학습하는 방법을 나누고자 쓰는 글입니다.



아이에게 구구단을 외우게 하려는 시도는 3~4년 전부터 시작해왔습니다. 우선 다양한 수학 교구를 활용하여 알려주기도 했고, 빵, 사과, 사탕을 이용해서도 원리를 설명해보기도 했고 구구단 문제만 집중적으로 풀 수 있는 문제집, 구구단 책받침, 구구단 송 등등.. 이리저리 시도를 해본 후였습니다. 물론 6세 이전 시기에는 아직 구구단을 학습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었을 수도 있으니 그 어떤 교구로 시도를 한다고 한들, 아이에게는 큰 의미로 와닿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 이번 냉장고 놀이는 아이에게 꽤 재미있는 방법으로 여겨졌나 봅니다. 자신도 모르게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도 바로 '삼일은 삼, 삼삼은 구...' 구구단을 읊으며 물을 따라 마시는 아이를 보며, 혼자 피식- 웃습니다. 사실 아이가 '나 안 할래!'라고 거부할 수도 있었을 텐데, 아이에게는 이 과정이 '학습'이 아니라 '재미있는 놀이'라는 출발점으로 시작되었기에 자발적인 성취 욕구 자극이 가능했다고 판단됩니다.


물론 '포켓몬 카드'라는 포상도 매우 컸겠지요.


구구단을 단순 암기만으로 외워서 습득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구구단의 원리에 대한 설명이 보조적으로 뒷받침된다라는 가정하에, 구구단과 같은 단순 암기 과정이  필수부가결한 학습 과제에 있어서는 냉장고 주문 방법이 매우 효과적이었습니다.   




욕심은 금물! 아이의 발달 단계 수준을 고려한 단순 암기 내용에만! 효과적이다.

2단~9단까지 모두 다 외운 시점에  시즌 2! <15단>과 <원의 지름> 공식을 붙인 냉장고-욕심이었다.



9단까지 단숨에 외운 둘째를 보며 엄마는 아이 학습에 욕심이 없다면서... 도 ㅋㅋ 욕심이 생겼더랬습니다.


이게 된단 말이지?? 그럼 그다음 단계로 더 쎈거로 가볼까?


포켓몬 진화에도 단계가 있고, 수학에도 정도와 단계라는 것이 있을 텐데 수알못-인 문과 엄마는 막무가내로 다다다-음의 진화를 시도해보기로 합니다.


무려 <15단>! 을 냉동실 우측(얼음, 고기류가 주로 있어요)에 붙였고, <원의 지름> 공식을 냉장고 우측(과일, 치즈)에 붙여보았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의 원성이 자자했습니다. 얼음을 자주 먹던 아이들은 '엄마, 너무해요.'라고 말하기 시작했고, 치즈가 들어있는 냉장고 문은 외면받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아이들은 엄마 몰래 얼음을 꺼내 먹는 무법천지 상황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아니면 간혹 '시보일 시보~~ 블라블라~'대충 하는 척만! 하고는 냉장고 문을 열곤 했습니다.


시즌 2의 실패 요인을 통해 <유치원~초등 저학년> 대상의 냉장고 구구단 놀이가 성공적이려면,

 

1. 30초~1분 이내, 단기간에 수행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의 양을 제시해야 한다.


2. 단순 암기와 외워서 도전할 수 있는 방법(신호등 색칠)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 성취 욕구를 자극시킨다.


3. 아이의 발달 수준을 고려한, 적정한 수준의 학습 과제를 제시해야 한다.

    


평소 알고 있으면서도 때로는 잊어버리는 육아 과정들,

오늘도 늘 시행착오를 통해 엄마 되는 방법을 배워갑니다.


오늘 아침에도 아이는 냉장고 앞에서 줄줄줄- 구구단 주문을 외운 후 물 한잔을 마시고 등원했습니다.


엄마 사랑해요.


엄마도 사랑해.
그런데, 구구단 말고, <15단> 말고, 이젠 뭘로 주문을 바꾸지??



덧.

"첫째가 한참 구구단을 외우는 것을 봐온 둘째라 오랜 기간 보고 들은 것이 축적 되어 온 이후라 7일만에 가능했습니다. 아이들마다 발달 단계와 성장 속도가 다를테고 저희 아이도 부족한 점이 늘 보여서 엄마의 자리에서는 늘 고민이 되는 오늘입니다."


"쉽지 않은 둘째의 문제를 해결하려 아이와 시선을 마주하고 앉은 그 날, 예기치 않게 구구단 놀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흘러 제가 담담해질 수 있을 때 그 이야기도 풀어낼 수 있기를, 그 해결 방안의 키를 엄마라는 자리의 제가 쥐고 잘 풀어낼 수 있기를 다짐하고 바래봅니다. 그래서 더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웃을 수 있는 하루를 만들어갑니다. 오늘도 다양한 육아 문제로 고민하는 저를 포함한 모든 엄마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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