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기간 동안 멈춰버렸던 전국 꼬맹이들의 소풍. 최근, 다시 체험학습이 재개되며 인터넷 곳곳에는 도시락 인증 사진 글이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때가 왔구나. 주방 한편에 보관만 해두던 도시락 통을 꺼낼 때다. 몇 년간 도시락 좀 싸 봤던 잔기술을 펼쳐보자.
하지만 나는 예술적 감각이 전혀 없는 지극히 평범한 엄마다. 계란 지단으로 포켓몬을 만들 재주는 없다.
그리고 아침에는 출근을 해야 하는 워킹맘이다. 심지어 아이의 소풍날 출장이 겹쳐서 아침 6시에는 도시락 싸는 것을 마무리해야 한다.
워킹맘이라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 이런 경우에도 당황하지 말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아이의 도시락을 준비해보는 편이 발동동하는 것보다 빠르다.
첫 번째 할 일. 아이의 취향을 파악한다.
엄마가 싸 준 김밥이 좋아? 아님 사도 괜찮아?
예쁜 도시락이 좋아? 간식은 뭘로 싸줄까?
소풍 전부터 아이에게 여러 가지를 질문했다. 도시락 고객님의 취향을 최대한 존중해주기 위해 고객님 맞춤 서비스를 위한 사전 준비 단계이다.
다행히 아이는 내가 싼 김밥보다 김밥 전문가님의 김밥을 더 선호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본 화려한 포켓몬 계란 지단은 없어도 된다고 했다. 케찹을 싫어하는 아이라서 볼터치 소스도 없는 포켓몬이 될 거라고 말했더니 계란 지단은 안 먹어도 된단다.
두 번째 할 일. 아이템 장착
-스티커 하나만 있으면 비주얼 성공
포켓몬 모양 도시락을 검색해보니 품절이라 배송 자체가 안된다. 빠르게 포기하고 문구점으로 가서 아이가 좋아하는 포켓몬 캐릭터 스티커를 사 왔다. 스티커를 기존 도시락에 붙이기만 하면 비주얼은 반 이상 성공이다.
-도시락 배치도를 그려본다.
그림으로 재료 배치도를 그려보는 이유는 냉장고 속 재료를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소풍 당일 시간에 쫓기지 않고 빠르게 도시락을 싸려면 미리 재료들을 세세하게 챙겨두는 것이 좋다.
과일처럼 미리 쌀 수 있는 것은 통에 담아두고 아이가 먹기 편하게 재료들을 머릿속에 미리 배치해본다. 미리 재료를 사두었는데 통에 들어가지 않는 경우들도 있으니 재료의 크기까지를 고려하여 재료들을 미리 준비해둔다면 도시락 싸는 시간을단축시킬 수 있다.
(포켓몬 돈가스가 그랬다. 생각보다 크기가 너무 커서 다른 메뉴를 다시 구매했다.)
세 번째 할 일. 편지 쓰기
-아이를 위한 이벤트! 소풍이 더 행복하도록
아이도 엄마도 몇 년 만에 맞이하는 소풍이다. 일상 속의 작은 이벤트로 잠깐 웃기도 하고, 힘을 얻기도 한다는 것. 어른들은 잘 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 감동의 웃음을 느낄 기회가 생각보다 별로 없었을 것이다. 아기 때와는 또 다르게독립적인 자아가 생기고,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성장하고 있는 아이에게 소풍날의 감동을 2배로 선물해보기로 했다.
유치원 시절의 소풍 시기와 다르게 아이에게 한글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생겼으니 새로운 기쁨을 선물해보는 것 어떨까?
물론 대충 읽고 말게 될 쪽지가 될지라도 펀지를 써주는 시간을 엄마 역시 선물로 받는 셈이다. 늘 품 안에 있던 아이의 자립을 응원해주며, 즐겁게 잘 놀다 오라며 바리바리 새벽 도시락을 싸주는 엄마의 마음.
편지 쓰다가 우리 아가가 언제 이렇게 컸노.. 하며 셀프 감동을 받아 눈물을 훌쩍일지도 모른다.
모든 준비를 해두고 잠을 청한다.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할 텐데...알람을 맞춘다.
소풍 전 날 설레는 건 엄마도 마찬가지. 훌쩍 자란 아이의 즐거운 하루를 응원하며 기꺼이 새벽 도시락 쌀 준비를 마친다.
라고 쓰고 잠을 청했는데 잠이 안 온다. 오마이갓뜨!
일찍 못 일어날까 봐 신경이 쓰인 건지..
늦게 일어나면 도시락을 못싸준다는 생각이 커서
아예 잠을 못 잤다. 이런..
10분도 못 자고 일어날 시간이 되어버렸다.
(으앙 피곤함이 예상되는 하루여. 안녕 굿모닝이야)
김밥은 전문가에게 외주를 맡겨서 10분만에 완성된 도시락
(이건 몇 년 전 사진. 김밥을 직접 싸기도합니다. 단, 이렇게 세팅해두고 자야 출근이 가능한 워킹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