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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자 Sep 26. 2022

아무튼 여행-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유네스코 지정 세계 8대 매력의 도시상트페테르부르크.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모스크바로부터 북서부 쪽으로 850㎞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다. 모스크바가 러시아의 행정적인 수도라면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표트르 대제의 명령으로 건설되어 네바강을 따라 수많은 궁전들과 기념비가 즐비해있어 러시아 '제2의 도시', '문화 수도'라는 별칭이 잘 어울린다. 도시 자체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8대 매력의 도시'이다 보니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만나게 되는 도시 경관 자체가 박물관이다. 눈을 휘둥그레 하게 만드는 건축물, 구조물들을 구경하며 거리를 걷다가 헛발을 디뎌 넘어질 수도 있으나 그 마저도 추억이 된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핀란드만과 발트해를 향해 형성된 삼각주에 위치하고 있다. 44개의 크고 작은 섬들 사이로 세워진 365개의 다리는 '세계에서 가장 다리가 많은 도시',  '운하의 도시'라는 별명을 추가로 선사하기도 했다.

▲ 상트페테르부르크. 핀란드만과 발트해를 향해 형성된 삼각주에 위치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별명은 이뿐만이 아니다. 많은 문학가를 배출한 나라이기 때문인지 도시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수식어가 유난히 많다. 도스토옙스키는 '찬란한 아름다움과 우울함, 고전과 퇴폐가 동시에 피고 지는 세속적인 도시'라고 표현했으며, 시인 푸시킨은 '유럽을 향한 창'이라고 표현했다. 한편 작가 고골은 '연극 무대처럼 허구로 가득 찬 도시'라고 이 도시를 지칭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문학가들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가리켜 왜 이러한 수식어를 붙였는지, 문학가의 눈에 비쳤을 도시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도 러시아를 여행하는 색다른 방법이 될 것이다.



호두까기 인형 발레 공연의 진수마린스끼 극장(마린스끼 찌아뜨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즐길 수 있는 또 한 가지의 방법으로 공연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극장이 매우 많아 수준 높은 발레, 오페라, 음악회 등의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발레의 본 고장답게 많은 극단들이 역사와 전통을 빛내는 듯 끊임없이 유명 작가의 작품을 재해석하여 공연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제 알렉산드로 2세의 부인 마리야 알렉산드로브나의 이름을 따온 마린스끼 극장은 시내 외곽에 위치하며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규모가 크다고 꼽을 수 있는 극장이다. 과거에는 유랑 서커스 공연장이 있던 장소였지만 1859년에 재건축을 했고, 1860년 글린까의 오페라인 '이반 수사닌' 공연을 기점으로 극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19세기부터 시작된 공연이 지금까지 누적되며 명성을 발휘하고 있으니 마린스끼 극장은 러시아 공연 예술계의 메카라 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세계적인 작곡가인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롯하여 베르디의 '맥베', 림스끼-꼬르사꼬프의 '유령도시 끼 떼지와 처녀 페브로니야 이야기' 등 한 번쯤 제목을 들어봤던 유명 작품들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또한 오페라 가수 표도르 샬리야삔,  발레리나 안나 빠블로 바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도 이곳을 거쳐갔다. 그렇기 때문에 발레 시즌이 되면(9월~다음 해 4월) 유럽의 오페라와 발레를 찾는 이들로 인해 마린스끼 극장의 좋은 좌석은 매진 행렬을 이룬다. 

▲마린스끼 극장(마린스끼 찌아뜨르) 외관


저녁 공연을 예매한 후 마린스끼 극장 앞에 도착하니 에메랄드 색으로 칠해진 화려한 듯 소박한 건물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지금은 세월의 흔적이 더해져 다소 빛바랜 듯 보이지만 1800년대 당시의 이 건물은 무척이나 화려하게 도시의 한편을 장식하고 있었겠구나 싶었다. 빛이 바래도록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 사이에 이곳에서 수많은 예술가들을 배출시켰을 것이고, 수많은 공연을 선보이며, 수많은 사람들의 예술적 감수성을 채워줬으리라. 묵묵히 도시 한편에 서서 과거에도, 지금 현재에도, 앞으로도 예술의 역사를 굳건하게 써나갈 건물이라고 생각하니 이곳에서 공연을 보게 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매우 흥분이 된다.


▲마린스끼 극장(마린스끼 찌아뜨르) 내부


건물 내부로 들어가니 곳곳이 매우 아름다워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반짝이는 황금색으로 장식된 관객석과 무대는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에 넋을 잃게 했다. 무대와 가까운 자리를 예매하지 못해 벽 쪽 자리라서 아쉬울 줄 알았더니 오히려 공연장 전체를 내려다보며 감상할 수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러시아의 화려하고도 웅장한 역사가 담긴 공연장에서 여유 있게 공연을 즐기는 가운데 이들의 예술적 감수성이 그 깊이를 더해갔던 것은 아닐까. 



*이 글은 도서 <테마와 스토리가 있는 세계여행> 러시아 편에서 일부 발췌한 글입니다. 더 많은 흥미진진한 여행 스토리를 1, 2권에 나누어 담았습니다. 또한 해당 내용에 대한 생생한 강의 내용을 <한국교원연수원> 원격연수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https://www.hstudy.co.kr/newmain/subject_view.asp?inx=9&jnx=0&gcode=s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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