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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자 Jan 04. 2023

좁쌀이에게 찾아온 허무를 달래주는 방법

그 녀석이 찾아왔다.

이번이 몇 번 째인지 이제는 세지도 않는다.


잘 떠났다가도 불쑥불쑥 제멋대로 찾아와서 내 삶을 날카롭게 후벼 파내는 써글 것.


예고도 없이 찾아와서 더 넌덜머리가 난다.

아니다. 어쩌면 조짐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스멀스멀, 하나 두 개 씩. 일상에서의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이 마음에 차곡차곡 쌓아둔 성벽을  한방에 훅 무너트려 내렸다. 그 성벽을 내가 얼마나 공을 들여 만들어놨는데.


긍정 한 스푼, 성실 한 스푼, 일상의 감사 한 스푼, 웃음 한 스푼.. 마음을 잘 지켜내 주도록 차곡차곡 쌓아 올린 그 성벽을 허무-라는 녀석이 한방에 무너트렸다.


이걸 해서 뭐 해. 해봐야 넌 세상의 좁쌀만큼도 안돼.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셀프검열과, 허무주의와 온갖 셀프현타들. 그 녀석 앞에 오늘은 잠시 타격을 당했다. 린정! 인정!!!


그치만 구해줘야 한다. 나를 지켜야 한다. 나를 지켜낼 성벽을 다시 쌓아 올려야 한다. 인생의 허무를 달래 가며, 나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 비록 세상의 좁쌀이더라도 좁쌀은 그 자체로 존재 가치를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좁쌀이 어때서???



때마침 아이 들으라고 틀어둔 동요 가사의 가사가 다시 일어설 힘을 퐉퐉 실어준다.


레츠고! 최강공격! 절대무적! 세상에 맞서 싸우자!


뭐 세상과 싸울만한 것까지는 없지만... (긁적긁적..)


좁쌀이가 다시 일어났다! 성벽을 쌓아 올려라! 인생의 허무를 물리쳐라! 저 녀석을 당장 끌어내리시오!!! 좁쌀이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우리는 세상의 좁쌀만 한 작은 알갱이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린정!


하지만 그 좁쌀이의 작은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분명 아름답다. 그래서 더 소중하다.

그러니 우리, 허무 앞에, 온갖 현타 앞에 무너지지 말자, 좁쌀이들아!!! 무.적.파.워!절.대.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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