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그리고 인권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by 구자
즐거운 곳에 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어릴 때 즐겨 부르던 이 노래를 성인이 되어 부르다 보면 웃음 섞인 한숨을 푹 내쉬며 이렇게 말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 집은 내 집이 아니라 은행 집인데?'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매매했거나, 전세 또는 월세로 거주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실제로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몇 천만 원, 많게는 몇 억씩 오르내리고 있는 요즘, 치솟는 전세금을 피해, 내 집을 찾아 또 다른 전세 집으로, 또는 월세 집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우리의 쉴 곳, 우리의 주거 공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과거, 한 아파트 광고 캐치프레이즈 중 '집은 사는 것이 아닙니다. 사는 곳입니다.'라는 내용이 있었다. 당시에는 단순하게 무릎을 탁 치며 '와~ 광고 문구 참 잘 만들었다.'라고 생각하고 지나쳤다. 하지만 지금은 단순하게 웃고 넘길 수만은 없어졌다.


우리나라 주택 가격 현실은 어디 그러한가.


냉정하게 말하자면 집은 사는 ‘곳’, 단순하게 ‘나의 휴식을 위해 보장된 공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 요즘이다. 이제는 집은 ‘돈을 지불하고 사는 곳’이라는 것이 명백한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 장벽에 부딪히게 하는 것은 높은 청년 실업률, 빨라진 명예퇴직, 낮은 금리, 장기적인 경제 침체라는 개념들과 연결된다. 저축조차 빠듯해진 위축된 가계 경제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내 집 마련'이 되어버렸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3포 세대'란 말도 있지 않은가. ‘결혼, 취업,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어디론가 불안한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인권.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집은 돈 주고 사는 것이 맞지만 그 이전에 우리가 쉬고, 살고, 가장 큰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개개인의 공간이다. 즉, 집이란 편안하고 안전한 개인의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인권 누림 공간’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최소한의 인권, 주거권을 보장받아야 함이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당연한 권리임은 헌법상에도 명백히 명시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로 치솟는 전세금에 쫓겨서 전세 만기 시기가 도래하는 시기마다 이삿짐을 꾸려야 하는 우리의 현실은 과연 우리의 주거권을 보장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더 이상 전세금 올려줄 것을 걱정하지 않기 위해 '내. 집. 마. 련. 내. 집. 마. 련'을 구호 외치듯 집을 사기 위해 노력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현실적인 다양한 사연들에도 불구하고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공간’이기 때문이지 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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