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오늘은 엄마도 같이 타요.
아이 : 엄마, 오늘은 엄마도 같이 타요.
나 : 응? 아.. 아니야.
아이 : 에이 같이 타봐요. 같이 타고 싶어요.
엄마 : 엄만 괘.. 괜찮아.
아이의 권유에 당황 3초, 움츠러든 10초를 느꼈다. 두 번째 롤러장은 일주일만의 방문이었다. 첫날 아이가 너무 좋아해서 그다음 주에 바로 또 데리고 왔다.
아직 나는 롤러코스터가 편한 대상은 아니다. 조금 나아진 것이 있다면 롤러스케이트가 '극혐'에서 세 단계쯤 격상한.. '쫌 그렇고 그런 무언가?'정도로 살짝 마음이 바뀌었다는 것.
아직 초보 어린이들이니 초보자 링크에서 우선 몸을 풀기로 했다. 2회 차만에 제법 속도를 내는 아이를 보며 문득
재미있겠.. 다? 나도 아직 탈 수 있나?
몸이 기억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궁금했다. 나도 롤러를 처음 신으면 넘어질까? 왕년에는 동네를 쌩쌩 달렸는데. 하긴 30년 전인데. 설마 되겠어? 궁금했다.
벌떡 일어났다. '저도 타볼래요.'
카운터에 가서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해버렸다.
저 한 10분만 타볼 수 있을까요?
오래 탈 용기는 나지 않았지만 바퀴 위에 일어설 수 있는지만 확인해보고 싶었다. 처음 내 사이즈의 롤러스케이트를 집어 들고 신고, 끈을 조일 때의 심장 두근거림. 아이를 신겨줄 때도 이러지 않았는데.
무거운 네 개 바퀴의 둔탁한 소리, 롤롤 굴러가는 바퀴를 몸 쪽으로 끌어당기며 끈을 꽉 조이는 순간. 발목으로 느껴지는 딱 맞아 조여지는 그 느낌. 어릴 때 느꼈던 기분 그대로였다. 그냥 마냥 재미있겠다고 느꼈을 어린 나.
후- 심호흡을 하고 일어났다.
어랏. 안 넘어진다.
사실 계획에 없던 일이라 옷도 치마를 입고 갔기에 넘어질까 봐, 그래서 창피할까 봐 내심 걱정했다. 그런데 어설픔이 조금 있긴 했지만, 서서 균형을 잡고 움직일 수 있었다. 쓱쓱 바퀴를 밀어보니 달려가진다!! 타진다!! 몸이 기억하고 있어- 줬다.
몇 시간을 연습하던 아이보다 내가 더 빠르게 잘 탔다. 달려지니 재미있기까지 했다.
30여 년만에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처음 타본 롤러스케이트-
이게 되긴 되는구나. 거 참 별일이네.
롤러는 다시 못.. 안탈 줄 알았는데
엄마도 탈 수 있다~ 이 거봐라-
아이에게 자랑도 하며 같이 손도 잡아주고 서너 바퀴를 같이 돌고 롤러를 벗었다.
(과연 롤러를 탈 수 있을지 궁금증만 해소하고 싶어서 롤러장의 코치님(? 운영하시는 분)께 10분만 타봐도 되겠냐고 여쭤봤더니 흔쾌히, 요금을 따로 안 받으시고 허락해주셨습니다. 허락해주신 덕분에도 제 마음의 벽이 무너질 수 있던 것 같아요. 요금을 내라고 하셨으면 아마 '에이 그냥 말자.'라고 생각하고 포기했을지도 몰라요. 혹시 이 글을 보실지는 모르겠지만 런ooo 코치님, 감사합니다.)
첫 시도를 해봤다는 것에 만족한 롤러장 2일 차였다.
롤러장에 '엄마는 소나타, 나는 롤러타-'라는 문구가 웃기다고 생각했는데...
'너도 롤러 타- 엄마도 롤러 탈 수 있다!!!'
극혐->쫌 그렇고 그런 대상->꽈당 넘어지지 않게 몸이 기억해주는구나로 롤러에 대한 생각이 점차 나아지나 보다.
다음에도 타볼까??
이상!
아이와 함께 자라는 엄마의 (롤러스케이트) 트라우마 극복기였습니다.
롤러장 2일 차 만에, 10시간을 꼬박 타고 속도를 내는 아이. 아이를 보며 저도 자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