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참, 뼈 부러지면 잘 안붙는 나이가 다 가까워졌는데 별일이다.아줌마가롤러 맛에 빠졌다.
롤러장 5번째 방문만이다.왕초보였던 아이는한 번 올 때마다 기본 5시간씩은 타며, 롤러장 죽돌이가 되었다.어릴 적 롤러에 대한 트라우마로 늘 구경만 하며 아이들만 타게 했는데, 오늘은 과감하게 정기권을 결재하고 내 몫의 롤러값도 지불했다. 아니 아예 정기권을 질렀다. 2,000원의 입장료만 내며 부모석에 앉아만 있던 내가 아예 정기권으로 한꺼번에 이용료를 플렉스 했다.
그리고 아주 익숙한 듯 내 사이즈의 롤러스케이트를 찾아 끈을 조였다.초등학교 때 동네를 누비던 실력이 좀 나오려나.
고민은 하지 않았다. 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내 양말을 챙기며
아들, 엄마도 같이 타자!
라고 말하고 출발을 한 날이었다. 그동안 내내 엄마와 같이 타고싶어 하던 아이는 함께 타 준다고 하니 너무 좋아했다.
진작 이렇게 해줄걸.
나에게 '롤러스케이트'는 두려움의 대상이자 스스로를 '한계'라는 울타리에가두게 한 대상이었다. 그런 내가 자발적 정기권 플렉스라니.
우리 몸은 참 신기해서 몇십 년을 안 탔어도 몸이 롤러를 기억했다. 아이와 함께 손 잡고 슬슬 시동을 걸며 롤러장을 가누는 바람을 느끼는 기분, 찡했다.
아이를 통해 다시 나도 바뀌는구나.
한참을 아들 손 잡고 몇 바퀴를 돌았다. 앞사람이 가려 길이 막힐 때쯤 아들 손을 스르륵 놔주었다.
이제 혼자 타, 손 놓자.
아들도 나도 각자의 속도로 타다가 이내 또 만나 져서 다시 손잡고 같이 타며 속도를 조절한다. 눈빛도 교환하며 서로를 격려한다. 아이의 자립을 뒤에서 도우며 함께 달리는 길.아이야, 너 참 많이 컸다.
고마워 아이야. 네가 아니었다면 시도조차 못했을 텐데. 함께여서 고마워.
나도 엄마는 처음이라 휘청휘청 흔들리기도 하고 때로 넘어지겠지만 같이 손 잡고 함께 가자. 천천히 바람을 가르며 속도를 내다가도 네 뒤를 따라가야 할 때에는 묵묵히 지켜봐 줄게.
네가 넘어졌을 때 손잡아 바로 일으키기보다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따듯한 응원을 보내줄게.
다만 언제라도너의 내민 손을 늘 잡아끌어 올려 줄 수 있는 부모로서의 믿음을 보내주며, 또다시 속력을 내는 너의 속도에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가득 담은 눈빛으로 묵묵히 널 지킬게.
그 길에 휘청이던 나의 롤러도 어린시절에 타던, 왕년의 감을 되찾아 속도를 제법 냈다. 아직 뒤로 타는 묘기는 못 부리지만 앞으로 달리는 롤러 위에서는 자유롭다. 속도 조절과 방향 조절, 브레이크를 잡으며 생각하는 대로 몸이 움직여주니 이제는 더 욕심내어 뒤로도 타고 싶어 진다.
앞으로 남은 정기권을 다 쓸 만큼의 횟수를 채우는 사이, 롤러 위에서의 우리 이야기를 차곡차곡 채워가자.
한 번도 넘어지지 않고 신나게 잘 즐기며 오늘도 5시간 동안이나 롤러장 죽순이로 하루를 보냈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