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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 Jan 01. 2022

[단편] 바로 그때 move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고 싶은 날들

- 아니 그러니까 왜 하필 그때 거기서 그 비트가 흘러 나오는 건데? 


우리는 잠시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 시간에 대해선 누구도 쉽게 말을 꺼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미는 짧은 침묵으로 뒤섞여 버린 오묘한 분위기를 가볍게 깨버리겠다는 듯이, 자신의 덮수룩한 수염을 엄지와 검지로 비비 꼬면서 말을 이어갔다. 


- 아무튼 그때 제이슨 진짜 멋졌어. 그 스텝 말이야. 다시 추라고 해도 제이슨조차 그렇게는 못 할걸.

- 그래 나도 생생히 봤어. 쪼개질대로 쪼개져버린 비트와 함께 잘근 잘근 밟아 나아가던 그 스텝 말이야. 


팀과 패튼은 마치 자신들의 유려한 기타 솔로를 주고받듯, 그 시각 각자가 느낀 감상을 눈빛에 담아 주고 받았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들은 분명 무대에 서 있었다. 말없이 드림 스틱을 돌리던 잭이 묵직한 입을 열었다.


- 그때 난 드럼 연주에 심취해 눈을 감고 있었는데 관객들이 너무 뜨겁게 환호하는 거야.

  무대에 무슨 일이라도 난 줄 알고 놀라서 눈을 떴지. 그리고는 마침내 목격한 거야.

  제이슨은 마치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구름 한 조각을 밟고 있는 거 같았어. 


팀과 패튼은 잭을 보며 생소한 그 표현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를 안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믿을 수 없을만큼 황홀했던 그 시간을 이야기하며 이제 모든 멤버는 그 시간 그 무대 위에 섰다. 잭은 천천히 드럼 스틱을 머리 위로 높게 꺼내 들었다. 


- 1, 2, 3, 4. 


언제나 그랬듯 잭의 손끝에서 차갑고 정확한 비트가 탄생하는 순간, 팀과 패튼은 두 손이 기타 위로 내려졌다.

앰프를 통해 기타의 전자음이 관객 얼굴 앞으로 두터운 바람처럼 전해졌다. 마음으로 연주가 시작되었고 -말이 안 되는- 그 비트가 다시 시작되었다. 모두가 다시 한 번 제이슨의 스텝을 바라보고 있었다. 

관객들이 환호하며 춤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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