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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 Feb 11. 2022

[단편] 여덟 개의 점

북두칠성 플러스 원


이야기의 시작은 어디었을까? 오랜 전. 그러니까 그가 아직 어른이 되지 않았을 때, 어느 날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그때가 낮이었던가 밤이었던가? 사실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그가 하늘을 보고 느꼈을 아름다운 감정, 현실과 다른 이상 세계에 대한 동경, 아직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환상만이 중요했다. 

그렇게 그는 조금씩 아니 사실은 아주 찰나의 순간, 하늘과 가까워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는 자신에게 느닷없이 떠오른 생각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모든 것에 진심인 그였기에, 그가 그런 결심을 했다는 것은 앞으로 그의 인생이 하나의 방향으로 흘러갈 것임을 암시하고 있었다.

그가 하늘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방법만이 존재했다. 하늘이 그에게로 내려오거나, 또는 그가 하늘에게로 가까이 올라가거나, 또는 하늘이 한 걸음 또 그가 한 걸음 절반씩 가까워지는 방법이었다. 그는 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보다가 말했다. "내가 갈게, 거기에서 기다려."

그가 하늘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여덟 개의 점이 필요했다. 북두칠성 일곱 개의 별보다도 하나가 더 필요한, 여덟 개의 점. 그 점은 형태와 모양을 지니지 않은 채 세상 곳곳이 흩뿌려져 있었다. 그는 하늘로 가기 위해 이 세상을, 땅 위의 모든 것을 섬세하게 살펴보아야만 했다.

첫 번째 점은 충돌과도 같았다. 갑자기 일어나는 돌발적인 사건, 평온한 일상을 뒤흔드는 무엇, 그래서 지금까지의 삶을 뒤엎게 되는 강렬한 고민. 그것은 앞으로의 일곱 개의 점을 관통하게 되는데, 그만큼의 힘을 지니기 위해서는 그가 지금까지 지켜온 무엇, 믿음을 뒤흔들만큼의 위력을 지닌 것이어야 했다. 그렇기에 그 첫 번째 점은 기존의 그와는 다른 정반대의 무엇이어야 했다. 믿음과 다른 진실, 양심과 범죄, 이루지 못한 꿈, 끝나버린 사랑에 대한 미련. 모든 끝과 끝이 맞닿아 있듯 정반대에서 그를 향해 달콤하게 손짓하는 무엇. 때문에 그는 첫 번째 점을 만나는 순간 남은 일곱 개의 점을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두 번째 점은 그의 움직임에서 비롯된다. 사건 속으로 뛰어든 그의 첫 발걸음이 바로 두 번째 점이 되고, 그 두 번째 점은 순식간에 커져 세 번째, 그리고 네 번째, 그리고 다섯 번째 점이 된다. 그러니까 사실 두 번째부터 다섯 번째 점까지는 하나인 셈이다. 눈이 가득 쌓인 높은 언덕에서 작은 손뭉치인 눈을 굴려보자. 처음에는 조그맣던 눈은 조금씩 커지더니 구를수록 점점 거대해져 겉잡을 수 없이 빠르게, 그리고 무겁게 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그렇게 두 번째 점은 순식간에 다섯 번째 점에 다다른다.

그때 그는 어디에 서 있는가? 우두커니 곤두박질치는 눈을 보고 있는가? 아니면 그토록 열망하던 하늘을 보고 있는가? 자세히 바라보니, 그는 산산히 부서진 눈속에 파묻혀 있다. 주섬주섬 일어나 자신의 어깨 위의 눈을 털어내는 그는 울 시간 없이, 그리고 웃을 시간도 없이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새파란 추위를 겪는다. 바로 그 풍경이 여섯 번째 점이 된다. 

이윽고 여섯 번째 점을 딛고, 그가 다시 걸어가는 방향, 그가 겪는 감정, 그의 행동, 그의 말이 일곱 번째 점이 되고, 이것이 바로 그가 여덟 개의 점을 찾아야만 했던 이유가 된다. 그러니까 사실, 여덟 개의 점 중에서 가장 빛나고 강렬한 것은 바로 이 일곱 번째 점이다. 

그렇게 그가 힘겹게 일곱 번째, 가장 빛나는 점을 손에 움켜쥐었을 때, 그것은 자연스럽게 여덟 번째 점이 된다. 여덟 번째 점은 앞서 그가 지나온 모든 점을 포용한다. 그러니까 그가 일곱 번째 점을 힘겹게 움켜쥐는 그 순간, 그 자체로 여덟 번째 점이 되는 것이다. 

어느덧 여덟 개의 점을 손에 쥔 그가 다시 하늘을 올려다 본다. 처음에는 낮이었을 수도 있고 밤이었을 수도 있었던 하늘이, 어느덧 빛나는 별이 가득한 밤하늘이 되어 그를 내려다 본다. 이제 그는 순식간에 하늘로 향한다. 그의 손에서 흩뿌려진 수많은 점은 또 다른 별이 되고, 그는 별의 일부가 되며, 하늘과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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