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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 Mar 10. 2022

[에세이] 상상과 망상의 경계에서

현실로 넘어오는 상상에 관하여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말은 요즘처럼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중요한 시대에 웬만하면 칭찬일 것이다. 이렇게 애매하게 말을 해두는 데에는 삶의 모든 것은 확정지을 수가 없고, 위의 문장을 쓰는 순간 어디선가 모르게 하나의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황당한 말을 들은 여자 사람이 어이가 없어하며 "하... 상상력 한번 풍부하시네요."라고 내뱉는 장면) 이런 상황이라면 상상력이 좋은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인데... (이봐, 이런 상황을 떠올린다는 거 자체가 지나친 상상 아니냐!) 무튼, (갑자기 본론) 오늘 나는 긍정적 의미의 상상보다는 상상이 지나칠 경우 망상이 되는 현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어린 시절 밥을 먹을 때면 멍하니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공상을 즐기며 먹는 탓에 엄마에게 혼이 나곤 했던 나. 학창시절 수업 시간이면 멍하니 딴 생각을 즐겼고, 덕분에 야자 시간도 두렵지 않았다. 좋아하는 개념원리를 주구장창 풀어대거나 아니면 먼나라 이웃나라... 노트에 끄적끄적 다양한 상상을 즐기다 보면 금세 집에 갈 시간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비행기를 타고 멀리 가는 여행 또한 손에 아무것도 없어도 혼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금세 도착할 수 있고, 나에게 생각, 공상, 상상은 유용한 놀이 도구이자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다. 

그래서일까? 글 쓰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을 때 친구들이 너에게 딱이다, 잘 어울린다라는 말을 하곤 했다. 늘 뭔가 생각이 많은 나였으니까. 그런데! 상상이 지나치면 망상이 된다는 사실을 요 근래 좀 더 인식하게 되었다. '... 이래서 저래서 이렇게 된 게 아닐까?'하는 나만의 상상과 추측을 스스로가 믿고 확신하는 순간, 그것은 망상이 된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거니까, 저 일은 나 때문에 일어난 거야.' '저 사람은 분명 이런 생각으로 나에게 이렇게 한 거야.' '이건 분명히...' 나만의 세계에 갇히는 순간 시작되는 망상은 나의 현실을 장악하고 현실 세계의 나를 상상 속으로 이끈다. 그걸 깨트리고 나오는 방법은 무엇일까? 아마도 타인과의 소통? 하지만 타인과 소통을 했음에도 여전히 그 환상을 깨트리기 힘들다면...? 아마도 현실의 나와 망상 속의 나, 다양한 자아가 존재하며 어떤 게 진실인지 스스로 헷갈리는 순간이 오지는 않을까..?

어쩌면 상상과 망상 그 경계에서 유용하게 놀고, 무사히 현실로 돌아오는 방법을 터득하고 그 끈을 놓지 않는 연습을 부지런히 해야 하는 것은 수많은 창작들의 의무는 아닐까 싶다. 문득 소설가나 영화 감독, 배우 등의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오가는 업을 가진 사람들이 대견하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아니면 다들 이미 너무나 잘 하고 있는 일인 걸까? 여전히 나는 공상 상상 망상을 즐기겠지만, 그리고 그것들로 나의 현실 세계를 더 풍요롭게 채우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그 경계를 드나들 때의 주의 사항을 반드시 기억하고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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