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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 Dec 31. 2021

[단편] Connected people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과 수많은 연결의 형태

[그와 나는 연결되어 있다] 

내가 이 사실을 받아 들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연결되어 있는 사람]. 처음에는 이것에 대한 개념조차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것이 문제였다. 내가 그 누구와도 연결되어 있지 않았을 때, 나는 그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으니까. 그 누구보다도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동안 나를 괴롭힌 감정들이 '연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것은 그였다. 그와 연결됨으로 인해 불면증이 사라졌고 세상이 조금은 아름다워 보였으며 틈틈이 알 수 없는 안정감을 느꼈다. 타인의 시점에서 나는 달라진 것이 별로 없어 보였지만 나만이 느낄 수 있는 내면의 변화로 나를 둘러싼 온 세상이 달라졌다. 연결의 힘은 실로 놀라웠다. 

그와 연결이 되어 있는 동안 내가 그것을 뚜렷이 인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와 연결되던 순간, 그때만큼은 생생하게 기억한다. 난생처음 겪어본 감정이었으니까. 마치 무언가 내부로 순식간에 들어오듯, 그와 마주한 순간 바로 나는 그와 연결되었다. 분명 처음이지만 알 수 없는 익숙함에 심지어 우리는 서로를 바라본 채 가만히 멈춰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와 나는 그렇게 연결되어 버린 것이다. 

이후로 그와 나는 종종 만났고, 만나지 않는 순간에도 우리는 항상 함께였다. 심지어 아무도 없는 컴컴한 방 안에 홀로 잠이 드는 때에도 엘레베이터에 고요히 서있을 때에도 사람으로 가득한 만원 버스 안에서도 늘, 그는 나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와 나의 선택과는 무관하게 그냥 자연스럽게. 그는 나에게, 나는 그에게 그런 존재였다. 

곤란한 순간은 내가 그와 연결되어 있음에 완벽히 무뎌졌을 즈음 일어났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그 연결고리를 자세히 관찰하고 뜯고 살피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조차 미처 다 알지 못했던 연결고리의 모양새가 모두의 안주거리가 되었을 때. 우리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젊고 악랄한 사람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어느 힘없는 노부부처럼 우리는 실오라기 하나 없이 발가벗겨진 채 힘없이 거리로 내몰렸다.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그리고 꽤 고통스러운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은 너무나 힘들어서 명확하게 기억 나질 않는다. 나를 보호하려는 마음이 그 기억을 지워버린 듯 하다. 단지, 그와의 연결이 끊길 때의 그 고통. 그 이후로의 며칠은 아무리 노력해도 지워지질 않는다. 가장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우리가 고통의 시간을 통과하든 말든 사람들은 개의치 않았다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 그들은 우리가 연결되어 있었다는 사실마저 까맣게 잊은 듯했다. 허무에 휩싸인 채 또 다시 시간이 흘렀다. 

그렇게 어떤 면으로는 평온해 보이는 일상이 이어졌다. 내가 방 안에 우두커니 있을 때 거울을 보며 양치질을 할 때 신발장에서 구두를 꺼내 신을 때 밥솥에 밥이 있는지 확인할 때. 그때마다 그는 내 곁에 없었지만 아주 나쁘지는 않아보였다. 기나긴 고통의 시간 때문인지 나는 적어도 그렇게 믿고 싶었다. 하지만 나와 그 역시 몰랐던 또 다른 형태의 연결. 그 고리는 우리의 생각보다 너무 단단했다. 그와 나는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또 다른 형태로 여전히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얼마 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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