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가봤으면 500원
어제는 노래교실 시간이었다.
노래 배우기라면 환장하는 '나'이기에 묻고 따질 것도 없이 선택한 1시간 30분짜리 수업.
교실로 향하던 길, 뮤지컬 물랑루즈의 사랑 노래
<Come What May〉를 이충주와 아이비의 듀엣을 들으며 열심히 걸어 교실 앞 100m전.
한글로 번역된 이 가사를 죽 듣다보니,
오골거림과 묘한 불편함이 번개처럼 스쳤다.
응…?
원어와 번안 가사 사이에서 느끼는 간극은 늘 내게 골치다.
내가 번역을 해보겠노라 호기롭게 시도해보지만
매번 결국 나도 별 수 없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어쨌든 "키스 속에 살고 싶다"는 표현은 너무 야하다.
무튼,
이 날의 수업은 싱어송라이터 이주영 님이 직접 안내자가 되어
<싱어송라이터와 함께, 내 스타일대로 부르기〉라는 부제 아래 시작되었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수업을 선택한 이유, 바라는 점,
그리고 앞으로 한 달간 각자 소화할 노래를 이야기하는 아이스 브레이킹 시간.
나는 결국, 이주영 님의 곡 〈5월 23일을 부르기로 정했다.
이 역시 사랑 노래.
Come What May에서 느낀 사랑의 생경함이,
이 노래 안에선 어떻게 이야기되고 있을까?
길게 난 도로를 달려 무작정 도착한 그곳에서 햇빛이 네 얼굴을 스칠 때 나는 그 모습을 마음에 담았어 살아있는 듯 노래하는 인형이 우리만을 위해 펼쳐준 무대 아래 떨리는 목소리로 내 귓가에 속삭였던 말 거짓말 같던 그날 머뭇거리며 입술을 달싹이던 그밤 촉촉한 눈망울로 내 손을 잡던 끝이 없을 것 같던 영원의 시간들은 지나가고 몰랐던 것도 아닌데 처음 했던 약속도 아닌데 내 귓가에 아직도 들리는 그 말 마주잡은 손으로 전해오던 그 맘 그날 네가 처음으로 날 사랑한다던 그밤 세상이 모두 내 것 같았던 그날 언제까지나 곁에 있을 거라던 그밤 순간이 영원이 될 것 같았던
Come What May와의 차이라면,
듀엣과 솔로,영어와 한글.
공통점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한때는 영원할 것처럼 강렬하지만
결코 never ,영원하지 않다는 아이러니.
수업 중간중간 음악적인 설명도 곁들여졌지만,
이 노래가 어떤 배경에서 태어났는지,
원작자는 가사 하나하나에 어떤 마음을 담았는지,
우리가 지금 이 노래를 부르며 짓고 있는 표정은 어떤지,
‘내 스타일의 노래’란 과연 무엇인지…
평소 노래를 부르며 깊이 생각지 않았던
새로운 체험들이 쌓여간 소중한 시간이었다.
살다보니, 이런 좋은 날도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