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너머 잊혀진 지금 순간들
오늘 하루, 숙제로 낸 짧은 묘사에 스스로 꽤나 뿌듯함을 느낀다.
출퇴근길 지하철 안. 습관처럼 주변을 둘러보며 휴대폰을 보지 않는 사람을 찾아보는 건 나의 작은 취미다. 정말 어쩌다 책 읽는 사람 하나, 어쩔 수 없이 잠든 사람 하나 정도가 전부일 때가 많다.
책 읽는 사람을 발견할 때면 복권이라도 당첨된 듯 일단 반가움이 밀려온다. 이내 그가 펼친 책의 제목에 시선이 머문다. 끝내주는 회계 정리법이나 각종 수험서일 때는, 고단한 세상에서 재미없는 길을 걷는 듯 보여 마음 한편이 짠해진다. 어쩌다 영어 소설책을 읽고 있다면, 왠지 모를 경외감에 씁쓸한 사대주의 정신이 발동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저 소설책일 때는 어떤 이야기에 빠져 있을까 짐작해보기도 하고, 잠든 얼굴인지 그저 눈을 감고 있는 건지 모를 때면 그의 하루가 얼마나 고단했을지 가끔 상상해보곤 한다.
오늘 들은 법륜 스님의 강의가 문득 떠오른다. 이 작은 즐거움의 기기, 휴대폰이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 때문에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는 과연 무엇일까.
문득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작은 세상에 갇혀 있는 듯한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의 무표정한 얼굴,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낯선 풍경, 심지어 내 안에서 조용히 속삭이는 생각의 흐름조차 놓친 채, 우리는 오직 손 안의 작은 화면 속 세상에 몰두한다. 어쩌면 우리가 얻는 즉각적인 즐거움의 대가로, 우리는 현재의 순간과의 연결, 주변 사람들과의 진정한 소통, 그리고 깊은 자기 성찰의 기회를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습관처럼 흘려보내는 찰나의 순간들을 붙잡으라고 수많은 이들이 외치지만, 막상 어떻게 해야 그 순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지는 명확한 해답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더욱 나 스스로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나이 오십둘에 시작한 명상, 노래 부르기, 글쓰기 이 세 가지 수업. 동시에 이끌어가는 이 작은 노력들이, 그동안 캄캄하고 답답했지만 휴대폰 화면 속 즐거움에 정신없이 매달렸던 나의 시간을 조금씩 정리해주는 듯하여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께서도 부디 저의 생각에 공감하신다면, 찰나의 즐거움과 그로 인한 잃어버림이라는 이분법적인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계신지 댓글로 조심스레 여쭤보고 싶다. 여러분의 이야기가, 또 다른 해답을 찾아 나서는 나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