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같은 당신에게
일자로 쭉 뻗은 몸매, 하늘 향해 두 팔 벌려 환영하듯
온몸을 푸르게 치장한 그대는 나무.
한 톨 씨앗에서 자라난 놀라운 기적이구나.
오늘 쓴 세 줄 묘사다.
사물을 깊이 들여다보는 순간이 얼마나 짜릿한지, 새삼 느꼈다.
설악산엘 다녀왔다.
서울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맑은 공기,
끝없이 펼쳐진 바다, 세련된 산세를 품은 속초는 언제나 매력적인 도시다.
이번 여행은 유난히 택시 기사님들이 기억에 남았다.
하나같이 속초 본연의 온기를 품은, 푸근하고 진솔한 분들이었다.
그중 한 분의 일생은, 20분 남짓한 거리에서 들었지만 깊게 각인되었다.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막둥이 장가가는 것까진 보고 죽겠다”는 아버지의 강한 바람 아래
조혼의 압력을 받았다 한다.
결혼을 거부하자 폭력까지 이어졌고,
“싫었지만 너무 맞다가 고만 맞고 싶어서” 결국 결혼을 선택했다는 열여덟의 소년.
그렇게 결혼하고, 같은 해에 첫 자녀를 낳았다한다.
시간이 흘러 아내가 서른다섯이 되던 해,
아내는 파킨슨병이 시작됐고, 병은 점점 깊어지는 가운데 뇌경색까지 찾아와 말조차 잃게 되었다한다.
그는 오랜 세월 가족들과 함께 병수발을 했다.
그러다 코로나가 터졌다.
수십 년의 간호도 그 상황 앞에선 무력했다.
더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요양병원에 모셨고,
간병인조차 출입이 어려웠던 시기,
의사표현도 제대로 하지 못한채 묶여만 있다가
아내는 보름 만에 세상을 떠났다 한다.
이야기하는 내내 그는 너무도 차분했고, 말투는 놀랄 만큼 조용하고 안정되어 있었다.
삶의 무게를 짐작하면, 운전 중 눈물을 흘려도 이상할 게 없었을 텐데…
그의 담담한 말과 눈빛과 태도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줬다.
우리는 모두 나무고, 지금이 바로 기적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