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포착한 순간
계단을 따라 무심히 놓여있는 중간크기의 화분들을 지나 내려오면
마치 숨은 그림찾기처럼 책장 구석, 책상위에 초록이들이 여기저기 숨어있다.
이 공간에서 출간된 책들, 노래 선생님의 음반이 책장 하나를 여유있게 차지하고
가장 눈에 띄는건 역시 장식장에 빨래처럼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수강생들의 알록달록한 손뜨개 작품들이다.
높은 층고만 빼면 갖출거 다 갖춘 원룸같은 아녹함이 느껴지는 따스한 공간
자그마한 탁자엔 오늘 근처 재래시장에서 사왔다는 삶은 옥수수 토막이 예쁜 유리접시에 담겨있고, 오랜만에 보는 방울토마토, 귀한 오디까지 잔치상같다. 여기에 늘 구비돼있는 따듯한 차는 기본.
여기저기 두서없이 있는 의자에 삼삼오오 앉아
오늘의 책 필립 퍼커스의 사진강의 노트를 펼쳤다.
그간 우리가 해왔던 세줄 묘사글을 돌아보며 앞으로 남은 한시간을 어떻게 채울지
또 이 수업이 끝나면 어떻게 이어질건지도 이야기를 나눴다.
수업시간을 훌쩍 지나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 가는 길
서른살도 안돼보이는 볼이 통통한 청년, 뉴발란스 운동회까지 연회색 깔맞춤한 의상에
손가락 끝만 원숭이처럼 둥그렇게 밝은색으로 처리된 검은 장갑을 낀 청년이 모는
듬직한 마을버스를 타고 천천히, 집으로 돌아왔다.
너무나 아름다운 순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