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방식
자그마한 오래된 이층 양옥집을 개조한 동네 책방.
대문은 벗겨진 채, 양옥집은 맨몸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여덟 개쯤 되는 계단을 오르면
오른쪽 커다란 종이에 크레파스로 너무나 예쁘게
“2층에 올라가실 분은 신발을 벗어주세요”*라고 적혀 있다.
잠깐 망설인다.
오늘 가기로 한 독서 모임은 1층일까,
아니면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2층일까.
불은 환하게 켜져 있지만
이미 책방의 영업시간은 한참 지났고
아마 닫혀 있을 것 같은 1층 문을 살며시 밀어본다.
쓰으윽—
“어서 오세요.”
사람은 보이지 않는데,
목소리만 반갑게 들려온다.
거의 처음 와보는 동네 책방.
옆으로 누운 책, 위로 달려 있는 책,
여기저기 쌓여 있는 모습들이 앙증맞다.
예전엔 부엌이나 다용도실로 쓰였을 법한 공간.
그 안에 놓인 커다란 의자에
중년 여성 열 명 정도가 시간차를 두고 오손도손 모인다.
내 옆에 앉은 분은
오른쪽 주머니에서 귤 두 개를 꺼내놓는다.
이어서 오른쪽 주머니에서 세 개,
다시 왼쪽 주머니에서 세 개,
또 오른쪽 주머니에서 네 개.
끝도 없이 나올 것 같더니
어느 순간 다 먹고도 남게
테이블 위에 푸짐하게 쌓여 있다.
전자책으로 참여한 나를 위해
자신의 책을 자기 앞이 아닌
내 앞에 놓아주는 마음 씀씀이라니.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여성만의 독서 모임.
이번 달 책은 한강의 『내 여자의 열매』.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의
용수염 같은 처절한 생명력에 대해
어떤 말들이 쏟아져 나올지 자못 궁금해진다.
두 시간이나 이어지는 박장대소 속에서
문득문득 공황의 기운이 찾아온다.
끝까지 침묵하기엔 아쉬움이 남아
내가 느낀 바를 꺼내놓는다.
“저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너무 아프고 힘들었습니다.
책은 모름지기 접점이 있을 때 읽히는 법인데,
여러분은 아직 그 아픔의 결을
내어 보이기엔 조금 어려우신 것 같습니다.”
내 말에 대한 반응은 딱 두 가지였다.
“그런 사랑받지 못한 험한 세월은
우리 땐 너무 당연한 거였어요.”
“이렇게까지 섬세하게 고통을 드러내는 게 싫어서
나는 그냥 덤덤하게 살고 싶어요.”
폭력과 상처가 당연하다는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데
나는 이미 신물이 났다.
그 고통을 있는 그대로 느끼기 싫어
꾹꾹 눌러 담아온 오십 년이
이제는 더는 견딜 수가 없다.
그들의 태도를 보며 마지막 말은 끝내 하지 못하고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