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세상

영화 '패터슨' 감독 짐자무쉬를 만나다

짐 자무쉬의 영화 패터슨을 여러 사람과 함께 관람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영화 초반에는 쏟아지는 잠을 어쩌지 못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누군가는 패터슨의 ‘폭포’를 보기 위해 미국까지 갔다라는 얘기에 깜작 놀래고,
누군가는 요즘처럼 정신없이 속도전을 벌이며 가느다란 신경줄로 살아가는 속에서
이 영화의 너무나 다른, 느린 리듬감이 숨 쉴 틈을 준다는 의견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각자 영화를 통해 느낀 부분을 나누며,

자연스럽게 짐 자무쉬 감독에 대해 이리저리 찾아보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언젠가부터 막연히 찾고 있던 나의 롤모델이 바로 이런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양복 입은 사람들이 와서 '이렇게 해라'고 지시하는 일 없이
온전히 자신의 세계관으로 영화를 만들어온 자신감 있는 사람.

내친김에 오늘 그의 필모그래피를 몇 편 더 찾아 보았다. 볼수록 매력있는 사람이다.

영화와 음악을 그 누구보다 대등한 관계로 풀어내는 명석함, 한편의 영화가 한편의 시처럼 느껴지게 하는

예리하지만 따듯한 섬세함. 그리고 그 모든 속에 묻어나는 유머러스함.

이 모든 것이 바로 내가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그런 존재였다.


나도 언젠가 그처럼,

한 편의 시 같은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이 마음을 담아 앞으로 내 영화의 소재가 될 시를 한편 적어본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이해인

슬픔을 안고 있으면서도
웃을 줄 아는 사람,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남을 위로할 줄 아는 사람,


가난을 겪으면서도
남을 돕는 마음을 잃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나는 그런 사람을 그린,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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