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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직유 Dec 06. 2022

글을 쓰는 이유

생존을 위한 글쓰기

나는 변덕이 심하고, 끈기가 부족하다. 나 스스로가 인정하는 나의 약점이다. 하지만 삼일천하에 사는 변덕쟁이인 내가 꾸준히 좋아하는 것이 있다. 글쓰기다. 주위에서 뜯어말려도 꽂힌 건 해야 직성이 풀리고, 주위에서 아무리 좋다 해도 하기 싫으면 곧 죽어도 못하는 내가 글쓰기만큼은 꾸준히 사랑하고 있다.


나를 계속하게 만드는 동력은 무엇일까? 여기엔 생존과 깊은 연관이 있다. 글쓰기는 나의 삶을 지탱해주는 또 다른 다리이다. 삶이 무너질 듯 고통스러울 때, 단단한 다리가 되어 내 감정과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지탱해주고, 또 나와 외부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어주기도 한다.


생존 글쓰기

글쓰기를 취미라고 부르기엔 생존과 너무 밀접해져 버렸다. 취미라 함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일 텐데, 나에게 글쓰기는 없으면 안 되는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일기장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하고, 어떠한 판단이나 조언 없이 고민을 들어주는 가장 친한 친구다. 인간은 제각기 자신만의 신념과 기준을 가지고 있어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보다는 해석하기를 좋아한다. 자신의 기준에 따라 옳고 그름을 가르고,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흰 종이는 어떠한 견해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니 나도 판단과 평가를 두려워하며 본심을 숨길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얀 여백 앞에서 나는 내 날것의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다시 바라본다. 그 과정 속에서 나는 나를 이해하고, 수용하게 된다. 글쓰기가 없었다면, 나는 아마 여기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글쓰기는 나의 자존감도 지켜주었다. 내가 보잘것없고, 형편없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 글을 한 편 쓰면, 금세 성취감과 자기 효능감에 취할 수 있었다. 가장 쉽고 빠르게 우울감과 자괴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멋진 몸을 만들거나, 자격증을 따는 일은 오랜 시간 투자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인데 반해, 글쓰기는 한두 시간 만에 얻을 수 있으니 가성비가 아주 좋았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은 날에도, 글을 한 편 쓰면 그 하루가 꽤 괜찮게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글쓰기를 평온함을 찾는 생존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세상과의 연결통로

내가 나를 이해할 수 없을 때. 내 감정에 '왜'라는 물음이 붙을 때. 나는 글쓰기를 찾았다. 답답함을 해소시켜줄 뿐 아니라, 좋은 글감이 되었기 때문이다. 의문이 해소된 몇 가지 감정들은 공적인 공간에 업로드해서 사람들과 공유하기도 했다. 물음표가 가득했던 감정은 타인들의 공감을 받자 느낌표로 바뀌었다.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사실은, 외로움과 괴로움 대신 평온함을 가져다주었다.


한때는 글 쓰는 일로 밥을 벌어먹기도 했다. 내가 개인으로 쓴 글은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회사에 소속되어 쓴 글은 세상에 널리 퍼져서 좋았다. 하지만 세상과 연결되는 정도로 본다면, 업무 글쓰기는 3G, 개인적인 글쓰기는 5G였다.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주고 공감받는 것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했는데 상대가 공감해주는 것의 차이다.


누군가 나의 글을 읽고 위로를 받거나, 용기를 얻었다는 댓글을 받았을 때, 나는 세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그저 살기 위해 글을 썼는데, 그 글이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다니, 이 얼마나 감동적인가? 남이 좋아하는 글쓰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모일 테니 말이다. 그렇게 나는 연결감을 얻기 위해,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받고 싶어서 글을 쓴다.


언젠가 글쓰기가 하기 싫어지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그럴 때는 스스로를 돌아보자. 과연 내가 솔직한 글쓰기를 하고 있는지, 남을 위한 글쓰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물어볼 때가 온 것이다. 인간은 모두 자기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글쓰기가 재미없다면, 내 이야기를 써보자. 남들이 좋아하는 이야기, 조회수가 잘 나올 것 같은 이야기는 잠시 미뤄두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보자. 그럼 분명히 글쓰기는 다시 재미있어질 것이다.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언젠가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로 밥 벌어먹고 사는 날이 오길 고대하며 오늘도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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