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루틴 만들기
나는 매일 모닝페이지를 쓰고 인증하는 모임을 하고 있다. 모닝페이지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의식의 흐름대로 글 쓰는 걸 말한다. 기상 후 약 40분 동안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가 모호해서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쓰면 무의식을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한다. 얼마나 흥미롭고 솔깃한가? 머리를 쥐어 짤 필요 없이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을 뿐인데 무의식을 의식화하고, 게다가 창조성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니! 안 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간과한 게 하나 있었다. 내가 감정 기복이 심한 야행성 변덕쟁이라는 사실. 모닝페이지 인증에 정해진 시간이 없다 보니 아침에 인증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자정이 다 돼서야 가까스로 턱걸이 인증을 하곤 했다. 모닝페이지가 아니라 그냥 페이지였다. 물론 안 쓰는 것 보다야 뭐라도 한자 쓰는 게 도움은 되겠다만, 같은 시간을 쓴다면야 보다 높은 효율을 얻는 게 현명하지 않은가? 나에게 좋으라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하면 할수록 한심한 마음만 늘어갔다.
그래서 또 새로운 모임을 시작했다. 매일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 동안 무언가를 하는 모임에 들어간 것이다. 글을 쓰던, 요가를 하던, 책을 읽던 무엇을 할지는 자유. 각자의 루틴으로 아침시간을 활용하는 습관 만들기 모임이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 상황에 잘 맞는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웰니스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함께 참여했던 동기가 단톡방에서 파티원을 모집했다. 모닝페이지에서 '모닝'이 빠져 회의감에 빠져있던 나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기회였고, 나는 고민 없이 답했다. "YES!"
이제 매일 7시부터 9시까지 어떤 글을 쓸지 구체화시켜봐야겠다.
06:55
알람이 울린다. 분명 몸이 무거 울테다. 하지만 나를 기다리는 동기들을 떠올리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세운다. 부엌 식탁에 앉아 노트북 전원을 켜고 바탕화면 스티커 메모에 적힌 줌 링크에 접속한다. 짧게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루틴을 시작한다.
07:00 ~ 07:35
구글 문서를 켠다. 눈을 감고 피아노 건반을 연주하듯 키보드 자판을 친다. 꿈을 꾸는 건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상태로 손가락만 빠르게 움직인다. 제한시간은 30분이다. 30분 동안 3페이지를 무의식이 하는 이야기로 채운다. 모닝페이지를 다 쓰면, 구글 문서의 글을 잘라내서 노션에 저장한다. 오늘의 모닝페이지 제목과 태그를 달고 단톡방에 인증까지 하면 끝!
07:35 ~ 07:50
카팔라바티 정뇌호흡 100회. 머리가 띵-하다. 싱잉볼을 한 번, 두 번, 세 번 치고 명상에 들어간다. 스마트워치로 10분 타이머를 맞추고 10분간 명상을 한다.
07:50 ~ 08:00
10분간 휴식이다. 화장실을 가도 좋고, 글을 쓰며 마실 차를 준비해도 좋다.
08:00 ~ 09:00
이제는 열린 창조성을 발휘할 시간이다. 한 시간 동안 주제가 있는 글쓰기를 한다. 5분간 글의 흐름과 구조를 정하고 써 내려간다. 스마트워치로 50분 타이머를 설정하고 글을 쓴다. 08:55 남은 5분간 글을 정리하고, 브런치에 업로드한다.
09:00
모닝루틴 종료!
모닝루틴으로 시작된 하루는 분명 자신감과 만족감으로 가득할 것이다. 하지만 시작에 앞서 명심하자. 내가 어떤 상황에 있던, 모닝루틴의 실행 여부는 나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여행 중이라도 친구들에게 양해를 구하면 루틴을 지킬 수 있다. 나의 가족과 친구들은 내가 루틴을 지킬 수 있도록 배려해 줄 게 분명하다. 눈치 보느라 포기하지 말자.
늦는 게 빠지는 것보다는 낫다. 늦었다는 민망함과 자책감은 잠시일 뿐, 늦더라도 해냈다는 성취감과 뿌듯함이 더 오래 지속될 것이다. 컨디션 조절 실패, 불가피한 상황 등으로 한 번은 빠질 수 있다. 하지만 두 번 연속은 절대 안 된다. 실패가 연속되면 그릇된 방향으로 가속화되기 십상이다.
나는 모닝루틴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자기 확신과 지금 여기에 현존할 수 있는 힘을 얻고 싶다. 무엇이든 마음먹으면 할 수 있다는 믿음,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에 머무를 수 있는 힘이 지금 나에게 절실하다. 일 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게, 휘뚜루마뚜루 스쳐 지나간 것 같다. 인간의 뇌가 부정 편향이 강해서일까? 잘한 일보다는 아쉬운 일, 속상한 일이 더 많이 떠오른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고 하지 않았던가? 남은 12월 한 달간, 2022년의 판을 뒤집어보자. 올해를 그저 그런 한 해가 아닌,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해가 되도록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