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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직유 Dec 13. 2022

짜증이 날 때

남 탓을 하고 있다면

원하는 게 있는데, 이룰 수 없을 때

하고 싶은데, 내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

내가 그리는 이상과 현실이 너무 다를 때

내가 원하는 데로 상대방이 변하지 않을 때

할 일이 있는데, 너무 하기 싫을 때


짜증이 난다.

가슴이 답답하고, 한숨이 나고, 생각이 많아진다.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일이 손에 안 잡힌다. 종로에서 뺨 맞을 사람을 찾는다. 종로까지 가지도 못한 채, 옆에 있는 사람 뺨을 때린다. 힘껏 날린 손바닥은 돌고 돌아 나에게 꽂힌다. 오늘의 짜증은 글이 써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펜션 비수기를 맞아 여유로운 시간을 활용해 매일 글을 써보겠다는 포부로 모임에 들어갔는데, 좀처럼 글이 써지지 않는다. 이럴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짜증의 원인을 찾아서

글이 써지지 않으면, 쓰지 않으면 될 일이다. 왜 짜증을 내면서까지 글을 쓰려고 하는 걸까? 다른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될 것을, 왜 짜증을 내며 하느냔 말이다.


매일 아침 도살장 끌려가는 소 표정으로 집을 나서는 직장인들에게 묻겠다. "출근이 그렇게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되지, 왜 본인이 선택해놓고 그렇게 짜증을 내고 있나요?" 직장인이 대답한다. "아니, 어떻게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삽니까? 해야 하니까 하는 거지!" 나는 또 묻는다. "왜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면 안 되는데요?" 직장인은 화를 내며 대답할 것이다. "인생이 망하니까!!"


과연 그럴까? 너무 짜증이 나서 출근을 안 하면 인생이 망할까? 내가 원해서 시작한 일인데, 짜증이 난다고 그만 두면 정말 망할까?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답은 두 가지다. 하나는, "Yes! 당연히 망하지. 맨날 놀고먹고 빈둥거리다가 굶어 죽고 싶어?"이고, 또 다른 하나는 "No! 안 망해. 안 하는 것도 내 선택이야!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면 되지!"이다.


원인 1 - 주체성 결여

스스로 선택해놓고도 마치 누가 억지로 시켜서 하는 것처럼 남 탓, 회사 탓, 상사 탓을 하고 있다. 삶에 주인의식이 부족해서 그런 건 아닐까? 주인이 아니라, 방관자 또는 손님인 것이다. 자영업자를 예로 들어 설명해보자. 내가 내 가게의 주인이라면, 운영비, 인테리어, 홍보비, 인건비 등 투자를 해야 하고, 적자 손실도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을 져야 실패의 원인을 찾고 대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요새 너무 불경기야! 이게 다 대형 프랜차이즈 때문이야!"라는 식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작가로 성장하고 싶어 시작한 글쓰기 모임이다. 글을 쓰지 않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다만, 글쓰기 실력이 늘지 않을 수 있고, 작가가 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어쩌면, 영영 책을 출간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정말 그래도 괜찮은가? 그게 내가 원하는 미래인가? 내가 삶의 주인이라면, 실패의 결과 또한 책임져야 한다.


원인 2 - 완벽주의

짜증이 나는 이유는 완벽주의 탓도 있다. 상황을 완벽하게 컨트롤하고 싶어서, 상대방이 내가 구상한 시나리오대로 행동해줬으면 좋겠어서, 글을 완벽하게  쓰고 싶어서. 최적의 환경이 아니라는 핑계로 할 일을 계속 미루는 것이다. 그럼 점점 더 하기 싫어질 수밖에. 오늘 하루 동안 글 쓸 시간은 많았다. 하지만 잘 쓰고 싶은 마음에, 좋은 생각이 떠오르기만을 기다리며 미룬 것이다. 저녁 9시 반쯤, 집에 들어와서 과자 먹고, 유튜브 보고, 인터넷 서핑하느라 밤 11시가 되었다. 짧게라도 한편 써야지. 하는 마음으로 자리 잡고 앉으니 벌써 한 시간이 흘렀다. '대충, 빠르게, 잘'을 기억하자. 시작이 반이다. 오늘의 글이 좋은 글, 잘 쓴 글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나의 주제로 한 편의 글을 썼고, 나는 그만큼 성장했다.


짜증이 날 때, 원인을 알 수 없다면 두 가지 질문을 해보자.

"나는 지금 내 삶의 주인으로 살고 있나?"

"나 지금, 너무 잘하고 싶어 하는 건 아닐까?"


두 가지 질문에도 해결되지 않는 짜증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길 바란다. 완벽한 답을 줄 수는 없지만 백지장도 맞들면 나으니, 함께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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