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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직유 Dec 14. 2022

2032년 12월 13일

미래를 엿보고 왔다.

며칠만 지나면 마흔한 살이 된다. 서른아홉이 지나 마흔이 될 때는 마흔이 넘었다는 사실이 크게 다가왔는데, 마흔 하나가 되는 것은 별 느낌이 없다. 일 년 만에 나를 조금 더 수용할 수 있게 된 걸까? 마흔 살이 지나가기 전에, 지난 십 년간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돌아보려 한다. 성장이란 게 중간 점검을 하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힘드니 말이다.


생활환경

십 년간 가장 많이 변화된 게 무엇인가 생각해보니, 생활환경이다. 우선, 펜션 일에서 벗어나 내 일을 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 이이다.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부모님으로부터 벗어나 독립적인 삶을 살고 있으니 삶이 180도 달라졌다. 독립해서 살았던 20대의 삶과도 다르다. 가족에 대한 불안과 걱정을 마음에 묻어두고, 외면한 체 사는 게 아니라, 온전히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관계였기에 분리하는 과정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진퇴양난의 상황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그 시절을 떠올리니 눈시울이 붉어진다. 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금은 나도, 엄마도, 아빠도 모두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 불필요한 고통이라고, 인생을 허비하는 시기라고 생각했는데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그 시기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을 테니 말이다.


생활 습관

나이가 드니 아침에 일어나는 게 덜 힘들다. 어릴 땐, 아침에 잠에서 깨는 게 정말 힘들었는데, 이제는 알람 없이도 저절로 일어나 진다. 신기한 일이다. 체질도 많이 변했다. 3n년간 만성 소화불량과 장트러블을 안고 살았는데, 채식을 하다 보니 몸이 많이 가벼워졌다. 나는 영영 밀가루 없이는 못 살거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그렇게 밀가루를 입에 달고 살았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밀가루와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 20대보다 30대에 몸매가 더 좋았고, 30대보다 40대가 된 지금 몸매가 더 좋다. 건강한 식사과 꾸준한 운동은 나에게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져다주었다. 


지금도 요가와 명상은 내 삶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늘 하루를 요가와 명상, 모닝 페이지로 시작한다. 나의 창조성을 끌어올리는 비법이다. 이 모닝 루틴을 지속해온 게 자그마치 십 년이다. 앞으로의 십 년 동안에도 이 모닝 루틴은 지속될 것 같다.


관계

분리되고 나니, 부모님과의 관계가 훨씬 건강해졌다. 서로 부대끼며 함께 살 때보다, 서로를 더 애틋하게 여기며 사랑하고 있다. 어떤 관계든,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 법이다. 결혼은 하지 않았다. 함께 살고 있는 애인은 있지만, 결혼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다. 고양이 두 마리가 있을 뿐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좋은 파트너다. 서로가 걷는 길을 무한히 응원하고, 지지하며, 아낌없이 서포트해주고 있다. 서로에게 안정감을 주는 관계가 되어주고 있다.


서른한 살에 ‘나 사용법’ 가이드북을 출간하고, 십 년간 작가이자, 강사, 명상 가이드로 활동하고 있다. 어린 시절의 나처럼, 외부에 시선을 두고 살아가다가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대상으로 ‘나’를 찾는 워크숍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동해에서 원데이 클래스로 시작된 모임 규모가 점점 커져, 전국에 각지에서 다양한 가이드센터를 운영하게 되었다. 요가, 명상, 아로마세러피, 글쓰기, 미술치유 등 다양한 웰니스 프로그램들이 있고, 나와 같은 가이드 양성 프로그램도 있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며, 또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가이드로 직업 경험을 쌓고 있다. 가이드 양성과정을 수료한 청소년들, 청년, 중장년, 노인들이 자신만의 경험을 담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내면의 성장 (영성)

나는 지금도 여전히 불완전하다. 어릴 때는 마흔 살쯤 되면, 엄청난 어른이 되어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성숙하게 살고 있을 줄 알았는데 여전하다. 여전히 바람에 흔들리고, 종종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한다. 다만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는 단단해지려고 애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전히 매달 PMS가 오면 눈물샘이 고장 나고, 마음에 기복이 생긴다. 하지만 이제는 보다 유연하고 능숙하게 나를 달랠 줄 안다. 누구보다 나를 잘 알고 있는 수석 가이드가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불안함이 오면, 기도를 한다. 마음에 사랑과 감사를 가득 채우고, 우주와 대지의 기운을 연결하는 것이다. 내가 우주와 지구를 연결하는 하나의 매개체가 되어, 나와 내 주변, 그리고 세상에 긍정적인 에너지 파장을 전달하는 것이다. 나는 늘 연결감을 가진 채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나는 어느 곳에 나 존재하고,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자유롭고 충만한 삶을 살고 있다.


나는 이렇게 여러 가지 면에서 성장했다. 살고 있을 때는 몰랐던 변화들이, 정리하고 나니 눈에 보인다. 앞으로의 삶이 기대된다. 십 년간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다.


#10년뒤의나에게 #글쓰담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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