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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직유 Dec 21. 2022

애쓰지 말고, 게을러지지도 말고.

내 삶의 명대사

어제 요가원에서 빈야사요가를 했다. 평소와 다르게, 수업 시작 전에 스몰톡이 오갔다. 요즘 몸 컨디션은 어떤지, 어디가 불편한지, 호흡은 잘 되는지 등등이었다. 오늘 수업의 중점은 '호흡'이라고 하셨다. 우리가 하루하루 얼마나 많은 긴장을 끌어안고 살고 있는지 알아차려야 했다. 그래야 긴장을 내려놓고 숨을 크게 쉴 수 있었다. 우리들은 모두 제각기 다른 불편함과 긴장을 가지고 있었다. 서로 어떤 긴장과 불편함을 안고 살고 있는지 이야기를 주고받으니 공기가 한층 따뜻해진 느낌이 들었다. 


나는 여전히 호흡이 편안하지 않았다. 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진 상태였지만, 최근 무리한 일정으로 여행을 다녀 몸에 독소가 가득했다. 여러 날에 걸쳐 과식을 한 탓에 소화기능도 삐걱댔고, 단전을 지나 올라오는 숨이 명치에서 걸려 가슴으로 시원하게 넘어오지 못했다. 답답하다고 느끼던 찰나,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오늘은 동작을 잘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잘하려고 애쓰지 말고, 그렇다고 게을러지지도 않는 그 정도를 찾으세요.


숨은 그냥 쉬면 되는 걸 텐데, 또 내 안에 답이 있었나 보다. 숨을 잘 쉬고 싶었던 모양이다. 제대로 된 방법으로 잘 쉬고 싶은 마음에 내 숨들이 마음에 안 들었던 것 같다.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내가 답답하고, 답답한 마음이 드니까 명치가 더 뻐근해졌다. 명치에 걸린 숨은 쉽사리 내려가지도, 위로 올라가지도 못했다.


삶도 마찬가지였다. 잘하고 싶어서 아등바등하다가, 몸이 버티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지곤 했다. 그렇게 한참 간 기력을 회복하느라 게으른 시간들을 보내고 나면, 또다시 불안해져서 애쓰는 삶을 택하곤 했다. 애쓰지 않고, 무리하지 않고, 내 몸을 살펴가며 그때그때 쉬었더라면 나는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내 삶이 보다 풍요롭고 안락했을까? 오늘부터라도 그 정도를 찾아야겠다. 애쓰지도, 게으르지도 않은 나에게 적당한 정도. 




수업 시작 전,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이런 질문도 하셨다. "요가 왜 하세요?"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나는 대답했다. "요가를 하면 잡념이 사라져서요. 지금 여기에 있을 수 있거든요." 하지만 나는 요가도 너무 잘하려고 했다. 변덕이 심하고 끈기가 부족해서 뭐든 쉽게 시작하고 쉽게 그만두는데, 꾸준히 좋아지는 게 신기하고 특별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희미했던 정체성을 찾은 듯한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잘하려고 할수록 이를 악 물게 되었다. 분명 요가는 고통에서 벗어나고 평온함을 가져다주는 도구였는데, 어느새 일상의 고통을 다른 고통으로 잊게 만드는 도구가 되었다. 


버티지 마세요. 그 자세에서 그냥 숨을 쉬는 거예요. 호흡이 불편하다고 느껴지면 한 단계 쉬운 자세로 돌아오세요. 그러고 호흡이 안정되면 다시 해보는 거예요.



선생님은 버티지 말라고 했다. 어금니를 물지 말라는 말도 자주 하셨다. 내 몸은 이완보다 긴장에 익숙해서, 무의식적으로 자꾸만 긴장했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자꾸만 자세를 버텨내고,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오늘의 수업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남들보다 잘할 필요도 없었고, 자세를 성공시키기 위해 애쓸 필요도 없었다. 팔이 올라가지 않으면 올리지 않았다. 하늘 높이 뻗은 손끝을 바라보다가 목이 뻐근하면, 고개를 돌려 바닥을 바라봤다. 균형이 틀어져 넘어질 것 같으면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무리하지 않으니, 흔들림이 줄어들었다. 오히려 동작의 완성도가 높아졌다.


삶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너무 잘 살려고 애쓰지 말고, 그냥 아침에 일어나고, 밥을 먹고, 걷고, 사람들을 만나고, 일을 하면 그만이다. 그냥 적당히 먹고, 자고, 싸면서 살면 그만이다. 그 자체로 완성도가 높은 삶인 것이다. 돈을 얼마나 많이 벌어야 '잘' 버는 게 되는 것이며, 얼마나 많은 사람을 사귀어야 '잘' 사귀는 게 되는 걸까? 정답은 없다. 내가 무리되지 않는 선을 찾아 그냥 살면 될 일이다. 이렇게 나는 오늘도 요가에서 인생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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