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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직유 Jan 11. 2023

정신적 성숙을 위한 4가지 미션

2023년 목표

김장 김치가 익듯, 생각도 그렇다. 생각도 익히는 시간이 필요하다.


학교 과제를 할 때에도, 글을 쓸 때에도, 아이디어를 낼 때에도 재료만 잃어버리지 않고 잘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 답은 나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머릿속에서 알아서 발효과정을 마치고 그럴싸한 맛으로 익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도 작년 12월 말부터 새해 목표를 뭘로 세울지 계속 고민했다. 2022년의 마지막 날이 되어도 생각나지 않았고, 새 해가 되어도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하루, 이틀, 일주일, 열흘을 머릿속에서 숙성시키니, 생각이 톡톡 튀어 올랐다.


톡톡 튀어 오른 올해의 목표는 다음과 같다. 정신적인 성숙을 위한 미션들이다.


1. 나를 위해 살기
2. 경청하고 수용하기
3. 솔직하게 살기
4. 호불호 강요하지 않기


나를 위해 살기

친구랑 통화를 했다. 집에 오는 길에 심심해서 내가 먼저 건 전화였는데, 끊을 타이밍을 잡을 수 없었다. 집에 도착한 지는 한참 되었는데 해야 할 일을 신경 쓰면서도 통화를 끊지 못하고 있었다. 끊어야 한다고 말하면 친구가 서운해할 것 같고, 너무 내 얘기만 한 것 같아서 친구 이야기를 들어줘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시간 반 가량의 통화 대장정을 마치고, 나는 결심했다. 뒤에서 욕을 들을지언정, 나를 위해 살겠다고.


타인의 기분을 헤아리느라 내 할 일을 미뤄두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 지금까지는 나와 타인이 나란히 서 있으면 부등호가 타인을 향해 벌어져있었지만, 이제는 부등호가 나를 향해 입을 벌리도록 만들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습관이 있어서 단번에 고쳐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차근차근 한 걸음씩 변화의 발자국을 내디뎌보자. 내가 나를 제쳐두고 타인에게 맞추고 있는 순간이 올 때마다 오늘처럼 알아차리고, 다짐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된다. 서서히 빈도가 줄어들 테고, 언젠가는 부등호가 방향을 돌리는 날이 올 것이다.


경청하고 수용하기

나는 나를 나무라고, 한심해하고, 불만스러워하면서 살아왔다. 휴식을 취하는 나를 게으름뱅이 취급하며 못마땅해했다.


올해는 내 몸이, 내 마음이 하는 말을 잘 귀 기울여 듣고, 원하는 바를 채워주고 싶다. 지금까지는 내가 어떤 걸 좋아하고, 무얼 할 때 휴식이 되는지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나를 즐겁고 편안하게 만드는 방법을 안다. 배운 걸 써먹을 때가 왔다.


속이 더부룩하고, 체기가 있을 때에는 식사를 거르거나, 편안한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나는 그러못했다. 몸이 하는 말을 외면하고, 분위기를 따르고, 충동적인 욕구를 따랐기 때문이다. 앞으로 닥칠 일을 알면서도 눈을 감고, 귀를 막고, 멍청한 선택들을 했다.


이제는 내 몸에 귀를 잘 기울이며 살기로 결심했다. 나에게 상냥하고 자상하게 굴기로 마음먹었다. 작년의 나는 나를 홀대했다. 아무리 막대해도 언제고 내 곁에 있을 거라 믿으며 나를 소중하게 대하지 않았다.


한 해는, 이기적으로 나만 바라보며 살아보려고 한다. 오늘 컨디션이 어떤지, 기분은 어떤지, 내 몸이 하는 말, 마음이 하는 말에 경청하며 살 것을 약속한다.


솔직하게 살기

순간순간에 충실하게 살고 싶다. 감정과 욕구에 좀 더 솔직하게. 지금까지는 내부보다 외부에 더 많이 신경 쓰며 살아왔다. 한마디로 솔직하지 못한 삶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 멋대로 살아보려 한다.


무책임하고 대책 없고 철없는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괜찮다. 한번 사는 인생 그런 경험도 있어야지. 지금껏 너무 진지하게 살았으니, 서른한 살이 된 기념으로 나사를 하나쯤 풀면 인생이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나는 앞으로의 내 인생이 재미있고 즐거웠으면 좋겠다. 그동안은 내가 즐거운 선택이 아닌, 남들에게 좋아 보이는 선택을 하며 살았다. 이제는 내 안의 내면아이가 찐으로 좋아하는  하며 재미있게 살고 싶다. 올해가 가기 전에 누군가에게 ‘왜 이렇게 인생을 허비하면서 살아?’라는 말을 듣는다면 대 성공이겠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가고 있다는 뜻이니까. 사회가 요구하는 것, 유행하는 것, 다수가 하고 있는 것을 따르지 말자. 대세의 흐름을 거슬러 나의 흐름대로 살아보자.


호불호 강요하지 않기

나는 내가 좋은 걸 남에게 권유하는 버릇이 있다. 아이니 하게도 내가 싫어하는 아빠의 행동을 고스란히 닮았다. 나에게 좋은 게 너에게 안 좋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충동적으로 저지르고야 만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 먹이기, 좋아하는 노래 들려주기, 인상 깊은 책 구절 읽어주기, 드라마 추천하기, 유튜브 클립 보내기 등등,, 시작은 권유였지만, 권유가 반복되면 강요가 된다.


나의 '호'에 대해 누군가 '불호'라고 할 때, 나는 상대를 설득하려 했다. 상대의 불호를 존중하지 않았다. 올해에는 나의 생각과 취향을 타인에게 관철시키려고 애쓰지 않겠다. 나의 취향이 존중받아 마땅하듯, 타인의 취향도 그렇다. 타인의 호불호가 나와 다르다고 해서 내가 부정당한 것은 아니라는 걸 기억하자.


계획을 세우기만 하는 건 의미가 없다. 꾸준히 나를 관찰하고 기록하며 미션을 잘 완수하고 있는지 체크해야겠다. 1년을 4분기로 나눠 3월 말, 6월 말, 9월 말, 12월 말에 나의 성장과 변화를 점검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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