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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직유 Jan 07. 2023

아사나를 행하는 목적

나의 몸을 대하는 태도

오늘은 아쉬탕가 수업을 들었다. 

수리야A, 수리야B, 스텐딩 시퀀스 변형, 할라사나로 마무리되는 시퀀스였다.

 

어려울 것 없는, 늘 하던 아사나들인데 오늘따라 이상하게 힘들었다. 점심에 먹은 식사가 체한 건지 속이 안 좋았고, 호흡도 힘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옷이 불편해서 집중이 더 어려웠다. 상의는 긴팔크롭탑에 하의는 사이즈가 큰 레깅스를 입어서 자꾸만 배가 노출되었다. 가만히 서있으면 빈틈을 매울 수 있었는데, 손을 올리는 순간 맨살이 드러나서 신경이 쓰였다. 도통 집중이 되질 않았다.


최근 한 달가량 요가원을 갈 때마다 선생님이 나를 보고 몸에 독소가 많다고, 살이 찐 게 아니라 부은 거라고 말하셨다. 어떻게 해야 독소를 뺄 수 있을지, 요가를 꾸준히 하는데 왜 변화가 없는지 답답할 따름이었다. 내 몸은 휴식을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이성은 무거운 몸을 가볍게 만들기 위해, 몸의 독소를 빼기 위해 운동시켰다. 그래서 오늘도 세 시간만 자고 일어나 피곤한 상태였지만 강아지들과 전력질주를 했고, 요가 수련에도 갔다. 내 몸 상태는 영 아니었다. 침대 위에 송장처럼 누워 사바사나를 해야 하는 상태였다. 


이런 나의 상태를 알아차리신 걸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여러분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아사나를 행하고 계십니까?
몸을 괴롭히기 위해서인가요? 아니면 휴식을 위해서인가요?


선생님의 말을 들으니 아차 싶었다. '나는 지금 내 몸을 혹사시키고 있구나, 외부를 신경 쓰느라 내면에 신경을 못 쓰고 있구나.' 몸의 중심은 계속 흔들렸고, 머릿속에는 잡념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기반이 무너진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아사나를 중간에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다. 포기라고 여겼던 것 같다. 선생님의 말이 나를 향하고 있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나는 내려놓지 못했다. 그렇게 남은 아사나들을 괴로움 속에서 마무리하고 나니 몸이 녹초가 되었다. 오늘의 요가 수련은 나에게 휴식을 안겨주지 못했다. 오늘 내가 행한 아사나들은 나를 괴롭혔다. 나를 챙기고 돌보는 수련이 아니라 나를 혹독하게 괴롭히는 시간이었다. 


나의 시선이 내부로 향하지 않으면, 균열이 생긴다. 기반이 무너지고, 외력과 내력의 균형이 깨진다. 오늘의 요가 수련에서 나는 내려놓지 못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나 자신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알아차렸다. 모든 변화는 알아차림에서 시작된다. 골반에 힘을 주어 무너진 기반을 잡듯, 차근차근 다시 정렬을 챙기자. 나를 자상하게 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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