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죄송합니다 11편
알까.. 모를까..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11편. 알까.. 모를까..
지난주 오랜만에 양어머니를 만났다.
병원 검진을 같이 가 달라는 요청이다.
휴가를 내고 병원에서 만나
건강검진을 대기하는 동안 양어머니는
자신이 여러 번 사과를 했으니 이제 그만 용서하고,
본인을 사랑해 주라 말한다.
손주들을 만나고 싶다고,
할머니로 자리매김시켜주길 요청한다.
사위를 명절에 만나고 싶다고 말한다.
양어머니도 연세가 드니 자신보다는
딸과 손주, 사위를 생각하고,
다시 좋은 관계를 다시 맺고 싶은 것인가 생각하려는 찰나,
모든 사람과 화해를 하고 관계를 풀어야 본인이 죽어서 천국에 갈 수 있다고,
결국 자신을 위해서 이 모든 것을 하라는 이야기에 피식 헛웃음이 나온다.
'뻔뻔한 이의 마음의 평화는 억울한 사람이 겪는 마음의 고통의 대가'라고 정희진 작가가 말했다.
난 그런 마음의 평화를 양어머니에게 줄 생각이 ‘아직’ 없다.
나는 단칼에 "싫어요"라고 대답하고,
병원비를 결제하고 양어머니를 차에 태워 보낸다.
나는 아직 양어머니를 용서하지 않았다.
아동 학대 가해자로,
가정폭력 가해자로 신고하지 않은 것이
20년간 같이 산 가족으로서 최대한의 배려라는 것을
양어머니는 알까... 모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