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죄송합니다 12편
용서를 강요하지 말아요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12편
용서를 강요하지 말아요
양어머니는 나에게 용서를 강요한다.
나는 양어머니를 용서하지 않았다.
난 괴물이 아니라, 인간이니까 사회적 도리를 다하기 위해
양어머니 병원에 보호자로 동행하고, 매달 용돈도 보내지만,
우리 아이들을 만나게 하지 않을 것이다.
정서적 교류를 하지 않을 것이다.
양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상복을 입고 상주를 하겠지만,
애도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은 내 마음이 그렇게 열리지 않는다.
피해자에게 용서를 강요하지 말아요.
충분한 치유의 시간이 지나면 용서가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용서보단 그냥 존재를 잊어버려고 한다.
그냥 아무것도 아닌 사이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정희진 작가의 말처럼
‘가해자를 떠나보내는 나의 복수, 무관심의 힘으로 그들을 비인간화’ 시키려고 한다.
아무 감정을 느끼지 않길,
그냥 무관심할 수 있길,
나에게 무의미한 존재가 되길 바란다.
그러면 언제가 먼 훗날에는
‘부잣집 막내딸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살며 세상을 다 가지고 싶었지만
6.25 전쟁을 경험했고, 사랑받지 못하고,
자식을 낳지못한 상실감으로
돈과 종교, 그리고 자기애에 집착하게 된 한 여성’으로서
양어머니를 이해하고 추모하고 애도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언젠가 그녀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이 나쁜 기억을 덮을 수 있기를...
신형철 교수는 “늘 참지 않는 사람은 늘 참는 사람이 참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라고 말했다.
이제 나는 내가 참고 있다는 것을 알리려고 한다.
늘 참지 않는 사람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