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죄송합니다 3편

재투성이 신데렐라

by 전안나 작가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3편. 재투성이 신데렐라


5살 양부모님에게 입양되었다.

나를 입양한 양부모는 나이가 50줄에 들어선 아이가 없는 부부였다.


처음에 양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가 안 생겨서 얼마나 힘들게 너를 가졌는지 아니? 나팔관이 막혀서 인공수정도 하고 힘들게 너를 낳았는데, 어느 날 놀이터에서 놀다가 너를 잃어버렸단다. 너를 찾기 위해 현수막도 붙이고, 우유갑에 너 사진도 싣고, 경찰서마다 헤매다가 너를 드디어 찾은 거야”이 말을 초등학교 때까지는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던 것이다.


5살까지 고아원에서 지내다가 86년 양부모님 집으로 갔다. 처음 양부모님과의 만남에 대한 기억 속에서 사람들의 얼굴은 안 보인다. 기억의 순서를 더듬으면 보면 대충 이러하다.


‘선생님이 나를 부른다

– 굳게 닫힌 문을 연다

– 처음 들어가 보는 원장 방이다

– 방을 가득 채운 큰 소파

- 원장과 처음보는 어른 2명

– 나를 보고 웃는다

– 나에게 말을 건다

나는 침묵한다

– 갑자기 옷을 벗긴다

– 알록달록 공주 옷으로 갈아입는다

남자와 여자 어른을 따라 나간다

– 운전기사가 운전하는 차에 탄다

– 내 자리는 운전사 뒤쪽 창 아래

– 창문이 열려서 시원하다는 느낌

– 무언가 처음 보는 광경을 보고 신기하다

– 옆 자리에 앉은 어른의 팔을 꾹꾹 찔려서 보라고 손짓한다

– 차에서 내렸다

– 그곳은 이제 내가 살게 될 집.’


이것이 내가 기억하는 입양 절차의 모든 것이다.


첫 집이었던 고아원에서 나와, 생애 첫 외출로 도착한 나의 두 번째 집.


나의 두 번째 집은 강북구 수유리 1층 단독 주택이다. 3칸의 집이 있었고, 왼쪽 방과 오른쪽 방 하나씩 월세를 주고, 우리 집이 주인집이었다.


우리 집은 거실 1개와 방 1개, 부엌이 있었다. 화장실은 집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문 옆에 따로 있어서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 사용했다. 세수하고 머리 감는 수도꼭지도 야외에 있어서 솥에 물을 받아서 부엌에 가서 끊인 후, 다용도실에서 목욕을 해야 했던 옛날식 주택이다. 파란 대문 위에는 가느다란 일자형 사다리로 연결된 작은 텃밭이 있었고, 대문 안쪽으로는 비상버튼이 있어서 열쇠가 없어도 문을 열 수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이 되던 88년에 성북구 장위동 3층 단독주택으로 이사했다. 언덕을 올라 고지대에 있는 큰 집이다.


1층은 방이 1개가 있는 원룸으로 운전기사가 살았다. 우리 집은 방 2개가 있는 2층, 제일 위 3층은 전세를 놓았고, 옥상을 올라가면 장위동 일대가 다 보이는 높은 언덕 위 별장 같은 집이었다.


고아원 첫 집에도, 수유리 두 번째 집에도 없었던 내 방이 생겼다.


방에는 갈색 삼익 피아노와 전등이 설치된 최신식 책상, 어린이 의자, 새 옷들이 꽉 찬 분홍색 미니 옷장이 들어왔다.


학교를 가니 나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트로 새 옷을 색깔 맞춰 입고 오는 아이는 없었다. 운전기사가 등교를 시켜주는 아이는 없었다. 운전기사가 모는 차를 타고 학교에 오신 양아버지는 멋졌다. 일일교사로 와서 나의 기를 세워주었고, 학교에 많은 책도 기부해서 나를 으쓱하게 했다.


우리 집은 부자였고, 나는 부잣집 외동딸이 되었다.


월곡동 달동네 아이들 사이에서 나는 공주였다. 하지만, 내 방도, 운전기사도, 예쁜 옷도 나의 행복과는 관련 없었다. 나는 조금도 행복하지 않았다.


나는 양어머니로부터 혹독한 아동학대를 받았다.


양어머니를 만난 5살부터

가출을 한 27살까지

나는 재투성이 신데렐라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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